출근길 교통사고 김현준…39세 심장마비 조이너…
최고의 기량으로 한 시대를 호령했지만 지병이나 사고로 천수(天壽)를 누리지 못한 스포츠 선수는 많다. 김현준(1960∼1999)은 세상을 떠난 지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많은 농구인과 팬들이 그리워하는 추억의 스타다. 실업 삼성에서 뛰며 농구대잔치 최초로 6000득점을 돌파하고 네 차례나 득점왕을 차지했던 그는 삼성 코치로 활동하던 1999년 10월 택시를 타고 출근하다 교통사고로 숨졌다. 1970, 80년대 강만수와 쌍포를 이뤄 한국 남자배구의 중흥기를 이끌었던 강두태(1958∼1991)는 현역에서 은퇴한 뒤 33세의 젊은 나이에 심장마비(마르판증후군)로 유명을 달리했다.
메이저리그 영구결번 1호인 루 게릭(1903∼1941)도 지병으로 38세의 나이에 삶을 마감했다. 1923년 뉴욕 양키스 유니폼을 입고 데뷔한 그는 2130경기 연속 출전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양키스의 4번 타자로 이름을 날렸지만 운동신경세포가 죽어가는 근육위축가쪽경화증, 지금은 ‘루게릭병’으로 더 잘 알려진 희귀 난치병으로 사망했다.
육상의 플로렌스 그리피스 조이너(1959∼1998)도 불멸의 업적을 남기고 39세의 나이에 심장마비로 절명했다. 그가 1988년에 세운 여자 100m(10초49), 200m(21초34) 세계기록은 20년 넘게 깨지지 않고 있다.
빼어난 외모만큼이나 깔끔한 ‘아트 복싱’으로 세계를 제패했던 멕시코의 복싱 영웅 살바도르 산체스(1959∼1982)는 23세의 어린 나이에 자신의 스포츠카를 몰다 마주오던 트럭과 충돌해 현장에서 즉사하면서 세계 복싱 팬들을 슬프게 했다. 그가 죽고 3개월 뒤에는 한국 헝그리 복서의 상징이었던 김득구(1955∼1982)가 세계복싱협회(WBA) 라이트급 챔피언인 미국의 레이 맨시니와의 경기 도중 링에 쓰러진 뒤 나흘 동안 뇌사 상태로 있다 세상과 작별해 충격을 줬다.
짧지만 강렬했던 인생. 세상은 요절한 스타를 아쉬워했지만 그들은 그 불꽃같은 삶 덕분에 죽어서 전설이 됐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