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6000여년 전 신석기 연인 유골 ‘로미오와 줄리엣’ 고장에 안식

입력 | 2011-09-16 03:00:00

伊 만투아 박물관에 옮겨져




동아일보DB

얼굴을 마주하고 포옹한 자세로 발견돼 전 세계를 감동시켰던 6000여 년 전 연인의 유골이 새로운 안식처를 찾았다. 미국 주간지 ‘타임’은 4년 전 이탈리아 북부 만투아 인근 발다로 마을에서 발견된 신석기 시대의 청춘남녀의 유골이 지난 주말 만투아 고고학박물관에 옮겨져 일반에 공개됐다고 보도했다.

발굴팀은 두 연인의 포옹 모습이 흐트러지지 않게 하기 위해 유골이 발견된 주변 흙을 통째로 떠서 박물관에 옮겨온 것으로 알려졌다. 발견된 장소의 이름을 따 ‘발다로의 연인’(사진)으로 명명된 이 유골은 조사결과 18∼20세 사이의 남녀로 밝혀졌다. 유골이 발견된 만투아는 셰익스피어의 대표작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 도시이다. 로미오가 결투 도중 줄리엣의 사촌을 죽이고 피신한 곳으로 이곳에서 줄리엣이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사랑과 죽음을 주제로 한 19세기 이탈리아 최고의 오페라 작곡가 주세페 베르디의 명작 ‘리골레토’의 배경도 만투아다. 이 때문에 발다로의 연인은 발굴되자마자 비극적 사랑의 색채가 강하게 부각되면서 화제가 됐다.

하지만 이들이 왜 껴안고 죽음을 맞았는지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 발굴팀은 유골에 외상이 없는 것으로 미루어 타살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둘이 부둥켜안고 얼어 죽었다는 설, 남자가 죽자 여성이 순장됐다는 설, 죽은 다음에 둘을 껴안은 자세로 매장시켰다는 설 등이 제기되지만 정확한 사인은 영원한 미스터리로 남을 수 있다고 타임은 전했다.

현재 이탈리아에는 ‘발다로의 연인 연대’라는 단체가 결성돼 유골이 둘만의 공간에서 영면할 수 있게해주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박물관 입구가 아닌 독방 형태의 특별전시실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