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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오세정]인문주간은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

입력 | 2011-09-16 03:00:00


오세정 한국연구재단 이사장 서울대 교수

최근 스티브 잡스의 ‘인문경영’이 화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정보기술(IT) 업체들을 중심으로 과학에 대한 전문 지식은 물론이고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인재를 선발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바야흐로 학문 융합의 시대, 통섭의 시대를 맞아 기업부터 융합형 인재를 찾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 따라 대학과 사회에서 인문학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여러 대학이 다채로운 인문학 관련 강의를 개설하면서 인문고전 읽기가 대중에게 확산되고 있고, 국내 기업들도 종합적 사고력을 배양시키는 수단으로서 인문학의 중요성을 인식해 사원들에게 문화, 역사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꾸준한 독서를 권고하고 있는 추세다. 이공계 연구 지원과 함께 인문학 연구 진흥 및 대중화 사업을 맡고 있는 한국연구재단의 이사장으로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인문학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기대를 더욱 발전시키려는 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된 ‘인문주간’이 올해로 6회째를 맞이한다. 인문주간은 국가 발전 전략과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인문학 진흥 정책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인문학을 재조명함으로써 인문학 전반에 대한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자 기획되었다. ‘열림과 소통의 인문학’이라는 대주제 아래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연구재단을 중심으로 학계 및 관련 기관과 손잡고 인문학의 외연을 넓히고 학문의 사회적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인문주간 첫해에는 수도권 지역에서만 시범적으로 실시되었으나 이후 규모가 점차 확대돼 전국적인 행사로 발전하였다. 지난해에는 15개 기관이 참여해 세미나, 강연, 전시, 시연회, 체험 등 170여 개의 다채로운 행사를 개최했다. 올해는 ‘삶의 지혜와 행복 찾기’라는 주제로 33개 기관이 참여해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인문학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확산되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나라 국민의 삶의 질과 행복지수 측면에서는 개선해야 할 점들이 많은 듯하다. 과거 물질적으로 부족했던 가난함과 비교해 현재는 물질적인 풍요로움 속에 살면서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자살률이 세계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를 두고 어떤 학자들은 인문학적 지식의 빈곤에서 오는 현상이라는 해석을 하기도 한다.

이런 점을 극복하는 계기로 올해 인문주간(19∼25일)을 통해 행복하고 지혜로운 삶에 대해 성찰하는 시간을 가져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금 행복하고 지혜로운 삶을 살고 있는가’라는 가장 근본적인 물음에서부터 인문학적 가치가 우리의 행복한 삶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선현들의 역사 속에 숨겨진 삶의 지혜와 행복은 무엇인지, 그리고 자살 증가나 생명 경시와 같은 현실적인 문제를 극복할 방안은 무엇인지 등을 고민해 봐야 한다. 궁극적으로 인문주간은 우리 스스로의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어야 할 것이다.

다섯 번의 인문주간을 개최하는 동안 대학과 연구실에 머물러 있던 인문학이 대중에게 뿌리내리기 시작한 점은 고무적인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인문학은 보다 행복하고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는 희망의 발판이 되어야 한다. 인생에 있어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이 될까?’라는 단순 지향적 목표보다 ‘어떠한 삶을 살아갈까?’라는 방법론적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한다. 인문주간을 통해 지혜롭고 더 참되게 살아가는 방법을 생각해 보는 계기를 갖기 바란다.

오세정 한국연구재단 이사장 서울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