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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9월의 정전사태, 방심과 과소비를 통타했다

입력 | 2011-09-16 03:00:00


어제 오후 전국에서 예고 없는 정전(停電) 사태가 발생했다. 도심 상가와 사무실 밀집지역의 업무가 마비되고 주민들이 엘리베이터에 갇히는 혼란이 잇따랐다. 여름이 다 지나갔다고 보고 정비를 위해 가동을 멈춘 발전소가 많은 상태에서 갑작스러운 늦더위로 전력 사용량이 급증해 빚어진 사태다. 당국은 전력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자 발전기를 보호하기 위해 지역별 순환 정전을 실시했다고 군색한 해명을 했다.

전력 수요량 예측에 실패한 정부와 한국전력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이상 기후로 여름이 길어진 게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늦더위가 기승을 부려 냉방 수요가 여전한데도 하절기 전력수급기간(6월 27일∼9월 9일)이 끝났다고 방심한 것이다. 더구나 어제는 일부 지역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질 만큼 날씨가 더웠는데도 안일한 대처로 피해를 키웠다. 전력 수요가 정점에 이른 한여름에 이런 사고가 터졌다면 국가적 재난(災難)을 초래했을 것이다.

우리의 전력 과소비 실태도 돌아봐야 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전력 소비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치의 1.7배나 된다. 1인당 전력 소비량은 소득 수준이 우리보다 훨씬 높은 일본보다 많다. 전기요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가정, 기업, 농촌 할 것 없이 곳곳에서 에너지가 줄줄 샌다. 최대 수요 전력이 해마다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다 보니 예비전력이 최대 수요 전력의 5%대를 맴돌아 위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본보는 9월 14일자 사설에서 일본의 눈물겨운 절전 사례를 들며 관심을 환기했다. 꼭 하루 만에 우리 눈앞의 현실이 됐다. 일본은 대지진 피해를 극복하기 위해 7월부터 전력 사용을 제한했다. 공항은 어둡고 호텔은 더웠다. 공장은 피크타임에 기계를 세웠고 가정에선 에어컨과 청소기 대신 선풍기와 빗자루를 사용했다. 최대 수요 전력의 15%를 줄이는 게 목표였는데 국민과 기업의 적극 동참으로 21%를 절감했다. 많은 기업과 관공서가 전력 사용 제한이 끝난 지금도 절전 태세를 고수하고 있다.

최대 수요 전력을 치솟게 하는 주범은 매년 급증하는 냉방 수요다. 정부는 올여름 실내 냉방온도를 26도 이상으로 유지해 달라고 당부했지만 대형 업무용 빌딩이나 상업시설에선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냉방기기 사용량을 20%만 줄여도 300만 kW의 전기를 아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