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콜라의 첫 디지털 싱글‘신드롬(syndrome)’은 신세대의 사랑을 솔직하게 담은 노래로 무대를 통해 소녀감성과 함께 파워풀한 안무를 선보인다. 오세훈 동아닷컴 기자 ohhoony@donga.com
'색'다른 그룹, 쇼콜라가 등장했다.
다섯 멤버 중 세 명이 '혼혈'이기에 눈동자 색이 다르기도 했지만, 에너지로 가득한 눈빛이 쇼콜라(chocolat)만의 독특한 색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쇼콜라는 지난 8월 디지털 싱글 '신드롬(Syndrome)'을 내며 가요계에 도전장을 냈다. 그룹 멤버는 한국인 멤버 리더 민소아(22)와 제윤(20),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에서 태어난 혼혈 멤버 쥴리앤(18), 티아(14), 막내 멜라니(14)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최근 가요계 걸그룹 홍수 속에서 '혼혈 그룹'이라는 점만으로 데뷔전부터 주목을 받아온 것이 사실. 하지만 인터뷰를 하며 만난 쇼콜라는 형형색색의 패션과 각기 다른 헤어스타일만큼이나 각자의 개성이 더 뚜렷한 '개성 만점' 걸그룹이었다.
어눌한 한국어 발음으로 재잘거리며 인터뷰가 끝날 때까지 반짝반짝 눈을 빛낸 평균나이 18.6세의 소녀들. 인터뷰 중 수다를 떨 듯 웃으며 이야기를 하기도, 힘든 연습생 시절 기억에 눈물을 글썽이기도 한 쇼콜라의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혼혈그룹이라 다르다? 누구보다 한국 문화와 음식을 사랑하는 '애국그룹'
멤버들은 대중의 관심이 고마운 동시에 '신기한 혼혈아들'이라는 치우친 이미지가 걱정스러운 듯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관심은 감사합니다만, 저희 각각의 멤버들과 무대에도 관심을 가져주세요. 많은 매력이 있답니다." (제윤)
"혼혈 그룹이기 때문에 생기는 편견들도 있는 것 같아요. 저희는 한국 문화와 한국 음식을 정말 사랑하는 '애국' 걸그룹이랍니다."(티아)
데뷔곡인 '신드롬(Syndrome)은 이들의 다양한 매력을 잘 반영했다. 발랄하고 소녀다운 모습과 함께 강렬하고 파워풀한 안무가 함께 어우러진다.
"신세대들의 솔직한 사랑이야기를 담은 곡이에요. 멜로디가 신나고 중독성 있습니다. 안무는 파워풀하고요. 특히 액자 춤이라고 얼굴을 강조하는 안무가 재미있죠. 에너지 넘치는 무대 기대하셔도 좋아요."(민소아)
멤버 개개인의 매력도 무척 다양하다. 멤버들 스스로 소개하는 대신 서로를 소개하라고 하니 모두 신이 나서 먼저 이야기하겠다고 손을 든다.
우선 리더 민소아에 대한 소개를 들어봤다. 소아는 5년 동안 호주에서 유학생활을 해 혼혈 멤버 못지않은 영어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멤버들은 여성스러운 외모만큼이나 성격도 여성스럽다고 소개했다.
조용히 앉아있지만 가장 무게감이 느껴졌던 리드보컬 제윤은 현재 대학교 실용음악과 휴학 중에 있다. 멤버들은 제윤이 예상 외로 귀여운 면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시종일관 귀여운 미소로 고개를 끄덕이며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던 쥴리엔은 의외로 가장 섹시하다고 한다.
티아는 일본에서 잡지 모델 일을 하고, 한국에서는 KBS2 'TV유치원 파니파니'에서 영어 선생님으로 활동을 했다. 현재도 화장품 광고 모델로 활약 중이다.
인터뷰 동안 질문이 끝나기가 무섭게 대답을 하겠다고 자신의 이름을 외치던 티아는 실제로도 가장 적극적인 노력파라고 한다. 사진을 찍을 때 혼자 팔짝팔짝 뛰며 촬영장을 웃음바다로 만든 막내 멜라니는 그룹 내 분위기 메이커다.
멤버별 개성이 뚜렷한 쇼콜라는 멤버들이 다 달라 오히려 팀워크가 더 잘 맞는다며 웃었다.
쇼콜라는 “저희 멤버는 각기 다른 개성이 있어서 사람들이 좋아할 모습들이 하나씩 있을 거에요. 그 개성들을 잘 살려서 개성만점 걸그룹이 될 겁니다”라고 포부를 전했다. 오세훈 동아닷컴 기자 ohhoony@donga.com
▶성숙한 외모 때문에 삼촌뻘 남자들이 쫓아오고, 버스 아저씨와 싸우고…
쇼콜라가 이슈가 된 또 다른 이유는 성숙한 외모다.
열네 살 티아는 같은 소속사인 연기자 지현우와 성숙한 느낌의 커플 화보를 자연스럽게 소화하기도 했다.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영락없이 귀여운 소녀들임을 알지만 늘씬한 몸매와 서구적인 얼굴은 다른 또래보다 성숙해보이게 했다. 이 때문에 특이한 에피소드도 많이 겪었다며 손짓발짓으로 당시 상황들을 설명했다.
"나이 많은 아저씨들이 막 시간 있냐고 물으며 쫓아와요. 이제는 그냥 어리다는 변명도 안하고 죄송하단 말만하고 도망쳐요"(티아) 티아는 다른 멤버들과 몸소 도망치듯 빠져나가는 상황을 재연해 보인다.
학교에서 선생님이나 대학생으로 오해받은 경험도 숱하다. "대학생들은 방학인데 왜 학교에 있냐고, 선생님은 저 쪽에 계셔야한다고 그런 말들도 자주 들었죠."
티아 뿐 아니라 혼혈 멤버인 쥴리앤과 멜라니도 이런 오해를 자주 받는다고 말했다.
"버스 탈 때 기사 아저씨들이랑 자꾸 실랑이를 벌이게 돼요. 학생요금을 내면 성인요금 내라고 해요. 대학생은 학생이 아니라면서. 신분증을 보여줘도 안 믿으시더라고요."(쥴리앤)
"아는 언니들이랑 다같이 노래방에 가면 언니들만 신분증 검사를 하고 저만 안 해요. 새 학기 되면 동급생들이 자꾸 저한테 선배라고 부르고."(멜라니)
이들은 성숙한 외모로 인한 오해들이 마냥 신기하고 웃긴 듯 너도나도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올 에이(all A) 학점 수재…"의사 선생님보다 가수가 더 좋아요"
인터뷰를 하며 다양한 매력과 끼를 보인 쇼콜라는 알고 보니 공부도 잘한 '엄친딸'이다. 특히 티아와 멜라니는 외국인 학교에서 늘 올 에이(all A) 학점을 맞았다고 한다.
"외국인 학교를 다녔는데 학점을 A에서 F로 매겼어요. 모든 과목이 A학점이었죠. 멜라니도요. 부모님은 공부를 더 열심히 해서 의사 선생님이 되라고 말씀하셨어요. 연예계 쪽은 미래가 불안하다고 반대하셨어요." (티아)
부끄러운 듯 수줍게 말했지만 그는 "지금도 걱정은 하시지만 그래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이니 응원해주신다"고 뿌듯해했다.
멜라니 역시 좋은 성적의 모범생이었지만 노래하고 춤추는 것이 좋아 가수를 제외한 다른 꿈은 꿔보지 않았다. "어릴 적부터 한국 가요를 들으며 자라 한국에서 가수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달빛천사라는 만화도 제 꿈을 더 확고히 했죠. 주인공이 역경을 견디고 가수가 된다는 내용인데 꼭 그렇게 되고 싶었어요."
민소아는 데뷔전 호주에서 미술을 전공한 예술학도다. 소아 역시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가수 도전에 나섰다고. 제윤은 음악을 전공하기는 했지만 아버지는 가수가 아닌 전문적으로 음악을 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부모님들의 반대도 극복하고 가수의 뜻을 이루게 됐지만, 이들의 고생은 이때부터가 시작이었다. 호락호락 하지 않은 연습 생활에 멤버들은 울기도 많이 울었다고. 쇼콜라는 힘든 시절을 털어놓으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쇼콜라는 “저희 멤버는 각기 다른 개성이 있어서 사람들이 좋아할 모습들이 하나씩 있을 거에요. 그 개성들을 잘 살려서 개성만점 걸그룹이 될 겁니다”라고 포부를 전했다. 오세훈 동아닷컴 기자 ohhoony@donga.com
▶"내가 힘든 것보다 나 때문에 다들 기합 받는 게 미안해서…(눈물)"
"아빠가 미국 사람이다 보니 한국의 연습생 생활을 이해하지 못해요. 대체 왜 핸드폰을 뺏기는 거냐? 왜 그렇게 늦게까지 연습을 하는 거냐 걱정하셨죠. 저도 가족들, 친구들과 연락을 잘 못하고, 못 만나니 많이 외로웠어요."(멜라니)
"연락 못하고 늦게까지 연습 하는 것 등은 다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여졌는데 과연 언제 데뷔할 수 있을까라는 막막함이 가장 힘들었어요. 똑같은 하루만 계속 반복되니 불안했어요."(소아)
힘들었던 시절을 떠올려보라니 멤버들은 너나할 것 없이 지난 고생담들을 이야기했다. 특히 안무 연습의 에피소드를 줄지어 털어놓았다.
"스트레칭을 할 때 몸이 유연하지 않아서 정말 힘들었어요. 두 곡이 끝날 때까지 다리를 뻗고 버텨야하는 데 두 번째 곡에서 늘 한계에 다 달았어요. 멜라니는 이 고통을 맛보고 나니까 나중에는 다리를 뻗기도 전에 눈물부터 흘리더라고요. 그 모습이 귀여워서 웃음이 났는데 그거에 삐져서 또 울고!"(웃음)
멤버들은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또 '큭큭'거리며 웃는다. 멜라니만 입을 삐죽 내밀고 토를 단다.
멜라니는 "저는 귀신이나 무서운 건 잘 참아요. 근데 아픈 걸 되게 싫어해서 그래요. 한번 아픈 걸 겪으니까 다시 하기가 싫어서 시작도 전에 눈물인지 콧물인지 모르게 막 나와요. 언니들이 말로는 위로는 해주는데 막 웃더라니까요"라며 귀엽게 눈을 흘긴다. 막내다운 어리광이었다.
티아는 기합 받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제가 힘이 별로 없어요. 멤버들이 하나같이 동작이 맞아야 하는 '칼맞춤'을 잘 못해 기합을 받곤 했는데 한 사람이 쓰러지거나 잘 못하면 처음부터 다시 기합을 받았어요. 그 때 기억이 정말 생생해요. 기합을 십 분 정도 받는데 제가 계속 못하고 쓰러지니까. 그 시간이 정말 길었어요. 제 스스로 못해서 답답한데 멤버들한테도 너무나 미안해서…"(눈물)
티아는 말을 하는 내내 당시를 떠올리다 결국 눈물 한 방울을 또르르 흘렸다.
▶"단순 혼혈그룹 쇼콜라가 아닌 '에너지 넘치는 쇼콜라'가 되겠습니다!"
그렇게 고대하던 첫무대에 올랐다. 첫무대를 마친 이들은 연습한 것에 반도 보여주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인터넷을 못해서 모니터를 한 번밖에 하지 못했어요. 그때 본 내용은 악플이라기 보다는 대중도 많이 아쉬워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기대를 했는데 실망했다는 내용이었죠. 그런 글들을 보고 속상했다기보다 기분이 좋았어요. 저희에게 기대를 많이 했다는 것 자체가, 그리고 다시 더 멋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사실이요. 앞으로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일동)
이들은 앞으로 더욱 완벽하고 파워 넘치는 무대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닮고 싶은 롤모델 선배로는 하나같이 그룹 '투애니원(2NE1)'을 꼽았다.
"투애니원 선배들의 멤버 각각의 개성과 강렬한 무대 매너를 닮고 싶어요. 선배들의 무대를 보면 정말 신나고 기분이 좋아요. 저희도 그런 무대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또 각자의 목소리나 특기가 다 다른 것도 잘 개발해서 보여드리고 싶고요."(일동)
쇼콜라라는 이름 앞에 붙이고 싶은 수식어는 '에너지'다. 멤버들은 꼭 '에너지 넘치는 쇼콜라'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점점 발전해나가는 쇼콜라가 될 것입니다. 이제 단순히 혼혈그룹 쇼콜라가 아닌 에너지 넘치는 쇼콜라로서 이름에 걸맞은 멋진 무대를 보여드릴게요!"
동아닷컴 원수연 기자 i2ove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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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신드롬’으로 가요계에 도전장을 낸 6인조 걸 그룹 ‘쇼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