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호기심 자극하는 평양 양각도호텔 5층의 ‘비밀’

입력 | 2011-09-16 11:25:00

엘리베이터 버튼도 없어…"도청 위한 공간 분명"




중국계 미국인 캘빈 선씨가 블로그에 공개한 사진.

북한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이 주로 머무는 평양 양각도 호텔 엘리베이터에는 5층 버튼이 없다.

총 47층으로 돼 있는 이 호텔의 엘리베이터에는 5층을 가리키는 버턴이 아예 없다. 엘리베이터는 5층에서 멈추지 않고 4층에서 6층으로 곧장 올라간다.

'세계에서 가장 폐쇄된 국가'를 방문했던 호기심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은 5층을 몰래 방문한 뒤 인터넷을 통해 각자의 목격담을 공유하며 이 '5층의 비밀'을 알아내려 하고 있다.

실제로 여행전문 웹사이트인 '트립어드바이저'의 양각도호텔 리뷰에는 5층과 관련된 질문과 답변이 끊이지 않고 있고, 검색사이트 구글에 양각도호텔을 영어로 검색하면 'floor 5'가 추천 검색어로 나타날 정도다.

지난달 중순 북한을 방문했던 20대 중국계 미국인 캘빈 선씨는 북한인 가이드를 따돌리고 같은 그룹의 20¤30대 젊은 관광객 5명과 함께 4층과 6층 계단을 이용해 5층을 '탐험(?)'하고서 탐험기와 사진을 최근 자신의 여행 블로그(http://monsoondiaries.com)에 올렸다.

선 씨는 16일 연합뉴스에 보낸 이메일에서 "우리는 발각되지 않으려고 조를 나눠 망을 보고, 이틀에 걸쳐 3~4번 이 비밀 공간을 조심스레 살펴봤다"고 전했다.

선 씨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5층은 전체적으로 어둡지만 흰 콘크리트 벽에 걸린 선전화 위로는 전등이 켜져 있다. 천장의 타일은 떨어질 듯 위태로워 보인다.

중국계 미국인 캘빈 선씨가 블로그에 공개한 사진.

선 씨는 '승냥이 미제', '미제는 백년숙적'이라고 쓰인 선전화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선 씨가 5층을 직접 둘러봤을 때 방이 여러 개 있었지만 낡은 나무문은 대부분 굳게 잠겨 있었다고 한다. 단 한 개의 방이 열려 있었는데 문 쪽으로 놓인 책상과 도청장치로 보이는 기기들이 놓여 있었다는 것이 선 씨의 설명이다.

캐나다인인 댄 맥도날드와 일본인 유미코 에시마는 방 안에서 수리를 하려고 모아놓은 듯한 작은 카메라들이 가득 쌓여있는 것을 목격했는데 그 개수가 호텔 방 수와 비슷해 보였다는 목격담을 자신들이 운영하는 웹사이트(http://our-sekai.com)에 올려놓았다.

다른 관광객은 공무원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컴퓨터와 같은 기기 앞에서 헤드폰을 끼고 앉아있는 모습을 봤다고 전했다.

경비원에게 발각돼 쫓기던 또다른 관광객은 도망치다가 작은 계단을 발견해 올라가 보니 머리가 닿을 정도로 낮은 천장이 있었다며 5층내 별도의 층이 있었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이 같은 각종 체험담이 이어지자 한 블로거는 "5층이 도청을 위한 공간이라는 것은 확실한 것 같고 전혀 놀랍지 않다"며 "내가 놀란 것은 이런 공간에 관광객이 들어갈 수 있을 만큼 보안이 허술하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은 16일 대북소식통을 인용해 "외국인 투숙객의 5층 출입을 막은 것은 이 호텔에서 일하는 북한 주민의 사상이 흐려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디지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