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상정 과정서 일부 마찰…극한충돌은 피해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가 16일여야 간 긴박한 대치가 이어지는 우여곡절 끝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상정했다.
2008년 12월18일 외통위에서의 한·미 FTA 비준안 첫 상정 때 발생한 '해머 사태'까지는 아니었지만, 여야는 비준안 상정을 놓고 밀고 당기는 험악한 모습을 연출했다.
한나라당 소속 남경필 외통위원장의 직권상정 결단이 임박하자, 이정희 대표를 비롯해 강기갑 홍희덕 의원 등 외통위 소속이 아닌 민노당 의원들이 몰려와 외통위원장석을 에워싸기도 했다.
남 위원장은 또 책상을 내려치며 "여기는 딜하는 자리가 아니다"고도 했다.
특히 비준안 상정 문제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입장을 들은 남 위원장이 오후 4시47분 직권상정을 강행하려 하자,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이 일제히 뛰쳐나와 이를 제지했다.
이 과정에서 남 위원장은 "미국 의회 상정이 객관적으로 명확해진 시점에 여야 간사의 뜻을 존중해 상정하고, 만약 합의하지 못하면 위원장으로서 직권상정 결단을한다"는 지난 1일 외통위 합의내용을 상기시켰다.
실제 이날 직권상정에 앞서 남 위원장 등은 여야 간 극한 충돌을 피하기 위해 물밑 접촉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야당 의원들은 마이크를 치우고 남 위원장의 앞을 가로막는 등 물리력을 행사했다. 민주당 노영민 원내수석부대표, 홍영표 원내대변인, 유선호 법사위원장 등도 회의장을 찾아 직권상정에 반대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자리를 지킨 채 "국민 앞에 (상정을) 약속했다"며 야당의 제지에 항의했고, 야당 의원들은 "미국에게 과잉충성하지 말라"고 맞서는 등 10여분간고성이 오가는 승강이를 이어갔다.
결국 남 위원장은 야당의 반발 속에 4시58분 한ㆍ미 FTA 비준안을 상정했다. 남위원장은 자신의 책상 옆에 놓인 의사봉을 쥐지 않고, 말로써 비준안 상정을 선언했다.
남 위원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의사봉을 잡을 경우 여야 간 충돌을 불러올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말로 상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정이 이뤄지자 일부 야당 의원은 강력히 반발했다.
민노당 강기갑 의원은 위원장 책상을 내려치며 "이게 뭐하는 짓이냐"며 "이명박 대통령은 미국만 가면 선물 보따리를 가져가냐"며 고성을 질렀다.
민주당 간사인 김동철 의원은 "미국에서 비준안 제출이 이뤄지지 않거나 무역조정지원(TAA) 등이 처리되지 않을 경우 비준안 심의를 개시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라"고 했고, 남 위원장은 "알겠다. 여야정 논의를 계속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앞서 여야는 해리 리드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지난 14일 한·미 FTA 비준의 관문인 TAA와 일반특혜관세(GSP) 제도 연장안을 늦어도 내주까지 상원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힌 것을 놓고 논란을 벌였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한·미 FTA 처리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미국 의회의 상정이 명확해졌다"고 주장한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법안처리 순서를 밝힌 것에 불과하다"고 맞섰다.
디지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