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력자들/스티브 포브스, 존 프레바스 지음·하윤숙 옮김/350쪽·1만9000원·에코의서재
앨프리드 슬론(1875∼1966)이 제너럴모터스(GM)의 경영을 맡기 시작한 1920년대 초 이 회사의 재정은 엉망이었다. 여러 회사를 인수합병하며 몸집은 키웠지만 효율적으로 운영하지 못한 것이다. 슬론은 자동차와 소비자라는 본질에 집중했다. 매년 자동차 모델에 변화를 줘 소비자에게 흥분과 기대를 안겨줬고,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할부 개념을 도입했다. 물품 조달과 관리의 정확성을 위해 합리적인 매뉴얼을 만들었고 뛰어난 인재를 영입했다. 그 결과 GM은 매출액이 급성장해 수십 년간 미국 자동차 시장점유율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했다.
고대 로마의 지도자 아우구스투스(왼쪽)와 전 GM CEO 앨프리드 슬론은 영토(사업) 확장보다는 제국(기업)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과 신중하고 분별있게 행동했다는 점에서 비슷한 리더십을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에코의서재 제공
이 책은 포브스미디어 회장인 스티브 포브스와 역사저술가 존 프레바스라는 색다른 두 저자의 조합을 통해 완성됐다. 페르시아의 키루스(기원전 576년∼기원전 530년), 아테네의 크세노폰(기원전 435년∼기원전 354년)과 알렉산드로스, 카르타고의 한니발(기원전 247년∼기원전 183년), 로마의 카이사르(기원전 101년∼기원전 44년)와 아우구스투스 등 고대 권력자 6인의 삶과 제국의 흥망성쇠를 들여다보며 권력과 리더십의 본질을 읽어낸다.
관용과 포용을 내세워 페르시아 제국을 세운 키루스는 산하 기업 경영진에게 상당한 자유를 준 잭 웰치 전 GE 최고경영자(CEO),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집단을 이끈 크세노폰은 투명 경영과 열린 자세로 소통한 멕 휘트먼 전 이베이 CEO, 목표에 집중하고 강력한 카리스마를 선보였으나 자기 관리에 실패한 알렉산드로스는 전략 경영보다 세력 확장에만 치중한 제럴드 레비 전 타임워너 CEO와 비교한다. 한겨울에 알프스를 넘는 등 관습적 사고의 틀을 깬 한니발은 새로운 커피 문화를 만들어낸 스타벅스 CEO 하워드 슐츠, 밀어붙여야(정복해야) 할 때와 자제해야(정복에서 물러나 통합에 열중해야) 할 때를 안 카이사르는 ‘왕좌’에서 내려올 순간을 정확히 알았던 씨티은행 전 CEO 월터 리스턴과 연결했다.
이 책은 역사서와 자기계발서, 경제경영서의 성격을 두루 갖췄다. 수십 세기를 넘나들며 현재 필요한 리더십과 고대의 위대한 리더십 사이에 다리를 놓아 연관성을 찾아낸 통찰력이 놀라울 정도다. 소설처럼 쉽고 재밌게 읽히는 점도 큰 미덕이다.
다만 발상이 신선했던 것에 비해 세부적인 내용 자체는 새롭지 않다는 점이 아쉽다. 고대 권력자 6인의 일대기에 너무 많은 분량을 할애했다고나 할까. 이들의 활동무대였던 페르시아, 고대 그리스, 카르타고, 로마 제국의 역사를 소개하는 2부는 사족으로 보인다. 단 서양 고대사를 잘 모르는 독자라면 책이 주는 풍성한 정보에 뿌듯함을 느낄 수도 있다.
6명의 고대 권력자를 살펴본 두 저자는 리더십의 핵심사항을 ‘인격’과 ‘열린 자세’, ‘명확한 비전’이라고 결론 내렸다. 고대에도 그랬고 오늘날에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