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이뤄지는 남북 회담의 막후에선 엿들으려는 쪽과 보안을 지키려는 쪽 사이의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진다. 남측 대표단은 대화 내용을 엿듣지 못하게 하는 비화기(秘話機)를 서울에서 가져가 사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도청을 막을 수 있는 특수 장비를 이중 삼중으로 설치한다. 대화에서도 미리 약속한 은어를 사용한다. 낡은 방법이지만 일상적인 대화가 어려울 정도로 음악을 크게 틀어 놓는 경우도 많다. 일종의 소리 교란이다. 문서 파쇄기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코를 푼 휴지 한 장도 남기지 않는 것이 수칙이다.
▷대동강 섬 안에 있는 양각도(羊角島) 호텔 5층의 비밀이 공개돼 화제다. 47층짜리 호텔인데 엘리베이터에는 5층을 누르는 버튼이 없고 4층 다음에 6층에 선다. 중국계 미국인 캘빈 선 씨는 지난달 방북해 동료 관광객 5명과 함께 양각도 호텔 5층에 잠입해 목격한 내용을 블로그(monsoondiaries.com)에 올렸다. 불이 꺼져 어두컴컴한 벽면에는 ‘승냥이 미제를 천백 배로 복수하자’ ‘우리 장군님 제일이야’라고 적힌 대형 선전포스터가 걸려 있었다. 문이 열려 있는 방에는 책상 하나와 도청장치로 보이는 기기가 놓여 있었다.
하태원 논설위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