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를 독침으로 살해하려던 북한 간첩이 국가정보원에 검거됐다. 탈북자인 박 대표는 주민을 기아 상태로 몰고 간 북한의 세습체제를 비판하고, 번영하는 남한의 실상을 알리는 전단을 2005년부터 대형 풍선에 매달아 북한으로 날려 보냈다. 박 대표에 대한 암살 기도는 북한이 대북(對北) 전단을 체제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판단하고 있음을 역설적으로 확인시켜 준다.
북한은 올해 초 전단의 출발지를 조준 격파하겠다는 협박을 했다. 이 같은 협박이 안 통하자 국내에서 대북 풍선 날리기 사업을 하고 있는 대표적인 탈북자들을 공격해 위축시키려는 전술로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검거된 간첩은 “대북전단 사업을 도와주겠다”며 박 대표를 만나려고 했다. 그는 국내 입국 탈북자들의 북한민주화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에게도 여러 차례 만나자고 제의했다. 김 대표와 박 대표는 탈북자 행세를 한 간첩과 몇 년 전부터 안면이 있는 사이였기 때문에 국정원이 검거하지 않았다면 불행한 일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
북한은 탈북자로 위장한 간첩을 보내 암살테러를 시도하는 전술을 쓰고 있다. 탈북자로 위장하면 박 대표 같은 탈북자 출신 활동가에게 접근하기가 쉽다는 점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박 대표를 공격하려던 간첩은 지난해 고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를 살해하려던 2명의 공작원처럼 탈북자로 위장해 국내에 들어왔다. 2만 명을 넘어선 국내 정착 탈북자 사이에 스며드는 북한 공작원을 색출해낼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국내 입국 탈북자들의 70∼80%는 북한의 보복이 두려워 신분을 감춘 채 살고 있다. 김정일의 처조카 이한영 씨는 얼굴 성형까지 하고 숨어 지냈으나 북한이 보낸 공작원의 총을 맞고 숨졌다.
TV 시청도 자유롭지 않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차단된 폐쇄사회에서 대북 전단은 진실을 알리는 효과가 클 수밖에 없다. 김정일 정권의 기만과 국제사회의 실상을 알리는 전단 날리기는 북한의 테러 기도에도 흔들림 없이 계속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