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학재 의원이 국정감사 자료에서 “한국석유공사가 이라크 북부 쿠르드 지역에서 추진한 유전개발사업의 탐사시추 결과 원유가 없거나 소량의 천연가스만 발견돼 사업성이 희박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근거로 “쿠르드 유전 사업이 실패해 4억 달러(약 4400억 원)의 투자비 손실을 보게 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지식경제부와 석유공사는 해명자료에서 “탐사사업 특성상 시추작업 초기 단계인 현시점에서 사업 실패로 단정하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며, 쿠르드 자치정부가 계약변경 요구를 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 의원의 주장에 과장이 섞여 있다고 하더라도 쿠르드 유전 사업이 다소 삐걱거리는 것은 사실인 모양이다.
중국 러시아 인도 일본 등은 국가 최고지도자들까지 직접 나서 해외 자원 확보에 뛰어들고 있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21세기 세계는 강대국들이 에너지 안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는 ‘새로운 냉전’의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다. 국내 부존자원이 적고 에너지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주는 시사점이 크다.
하지만 성공률이 낮은 자원개발사업 특성을 감안해도 사전에 충분한 경제성 분석을 거치지 않고 뛰어드는 것은 위험하다. 정권 차원에서 실적 발표를 위해 일단 터뜨리고 보자는 한건주의 발상은 더 문제다. 2006년 3월 노무현 대통령이 아프리카를 방문하면서 서둘러 체결한 나이지리아 해상 광구 탐사계약은 2009년 나이지리아 정부의 계약 무효 통보로 약 1억 달러(약 1100억 원)의 손해를 봤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지나치게 나서면 성과는 작으면서 나랏돈만 날릴 수 있다’면서 민간기업 중심의 참여를 주장한다. 반면 다른 나라들의 움직임을 보더라도 세계 자원전쟁에서 정부와 메이저급 자원공기업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정부는 해외자원 개발사업 실태를 꼼꼼히 점검해 거품을 걷어내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