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축구’ 초등학교 그라운드 돌풍3학년까지는 기본기만 가르친 함상헌 감독 ‘10년 실험’ 결실
연령대별 기초 기술을 지도하는 방식으로 초등학교 축구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신정초 함상헌 감독이 우승 트로피 가운데 하나를 들어 보이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서울 신정초교 함상헌 감독(40)은 2000년부터 지금까지 각종 대회에서 약 100회 우승을 이끌었다. 올해 칠십리배(춘계 연맹전)와 화랑대기(추계 연맹전)의 2관왕 2연패를 이뤘는데 유소년연맹이 매년 2회 주최하는 전국대회를 2년 연속 휩쓴 것은 사상 처음이다. 전국 200여 초등학교 가운데 전국대회 우승을 맛본 학교가 10여 개밖에 안 되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싹쓸이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성과가 속칭 승리 지상주의 식 교육이 아닌 축구의 기본을 잘 가르쳐 만들어낸 결과라 더 가치가 있다.
함 감독은 2000년대 초반 네덜란드 출신 빌 쿠르버르의 이름을 딴 ‘쿠르버르 스쿨’을 통해 연령별 훈련 노하우를 익혔다. 5세에서 15세까지 체계적인 훈련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쿠르버르스쿨은 세계 최고를 자랑한다. 함 감독은 이 프로그램을 우리 현실에 맞게 원용해 적용하고 있다. 열악한 초등학교 현실상 코치를 많이 쓸 수 없지만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체계적으로 가르치기 위해서 6명을 고용했다. 3학년까지는 철저하게 기본기와 기술만 가르친다. 4학년부터 공격과 미드필드, 수비라인 등 시스템을 가르친다.
매년 졸업생 10여 명 중 절반 이상이 프로팀이 지원하는 중학교로 스카우트된다. 기본기가 잘돼 있는 데다 우승 경험이 많아 큰 경기에 강하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이 체계를 갖추기까지 어려움도 많았다. 초기에 성적이 좋지 않자 학부모들의 불평이 쏟아졌다. 하지만 스페인 바르셀로나처럼 멋진 축구를 하기 위해선 기본기가 돼 있어야 한다는 믿음 하나로 밀고 왔다. 함 감독은 “아이들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진화하고 있다는 희열을 느낀다. 오늘보다는 내일 더 발전하는 지도자로 살겠다”고 말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신정초교 최근 5년간 전국대회 일지
△2006년 대교 눈높이컵
△2007년 추계연맹전(현 화랑대기)
△2009년 동원컵 유소년리그 왕중왕전
△2010년 칠십리배(춘계연맹전), 화랑대기
△2011년 칠십리배, 화랑대기 2연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