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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초유 전력대란]나사 풀린 전력당국

입력 | 2011-09-17 03:00:00


전국이 일시에 정전되는 ‘국가적 재앙’을 가까스로 피했음에도 정부와 한국전력거래소는 ‘정보 은폐’와 ‘책임 떠넘기기’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사고 원인을 찾아내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기보다는 우선 위기를 넘기고 보자는 분위기다.

○ 보고 여부 놓고 말 엇갈려

15일 전력 차단이라는 중대 결정을 내린 과정을 놓고 전력거래소와 지식경제부는 엇갈린 주장을 펴고 있다. 전력거래소는 ‘지경부에 보고한 뒤 단전 조치를 취했다’고 주장한 반면 지경부는 ‘전력거래소가 마음대로 조치를 취한 뒤 뒤늦게 보고했다’고 반박했다.

전력거래소의 주장에 따르면 오후 2시 반경에 “전력사용량이 늘고 있어 수요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지경부 담당 과장에게 처음 보고했다. 이는 지경부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오후 2시 50분 전화 보고를 놓고 양측의 주장이 엇갈린다. 조범섭 전력거래소 본부장은 “중앙급전소의 전종택 소장이 김도균 지경부 과장에게 전화를 해서 ‘(상황이 심각해) 전력을 끊어야 한다’고 보고를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 과장은 “오후 2시 50분경에 오히려 ‘전력 사정이 좋아져서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반박했다. 김 과장은 “10여 분 뒤에 또 전화가 왔지만 회의 중이어서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후 전력 공급이 중단된 오후 3시 11분이 넘어서야 한국전력과 전력거래소 측으로부터 사후 보고가 이뤄졌다는 게 지경부 측의 주장이다.

선보고 여부와 관계없이 지경부와 전력거래소는 늑장대응의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양측의 주장에 따르면 전력거래소와 지경부가 전력수급에 문제가 있음을 파악한 것은 오후 2시 이후다. 하지만 실제로 전력 대란의 징조는 오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오전 11시에는 전력사용량이 6420만 kW에 달해 정부가 당일 최대 전력수요량으로 예측했던 6300만∼6400만 kW를 넘었다. 이때부터 전력 당국이 대책반을 가동해 전력수급 대책을 마련했다면 후진국형 정전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 예비전력도 논란

‘전력시장 운영규칙’에 따르면 예비전력이 100만 kW 이하로 떨어지면 긴급하게 전력을 차단할 수 있다. 문제는 예비전력이 가장 낮았던 15일 오후 3시경에 대한 전력거래소의 상황 보고가 시간마다 달라진 데다 보고된 예비전력과 실제 사용 가능한 전력량도 달랐다는 것이다.

전력거래소는 정전사태 이후 긴급하게 보도자료를 통해 400만 kW 이하로 떨어졌기 때문에 취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지경부는 즉시 거래소 측에 실시간 예비전력 기록을 요구했지만 차일피일 미루던 거래소 측은 오후 9시가 넘어서야 “오후 3시경 예비전력이 가장 낮았을 때는 343만 kW였다”는 자료를 보냈다. 이에 지경부 측은 “왜 예비전력이 전기를 차단할 정도로 낮지 않은데 전기를 끊었냐”고 지적했다. 이에 거래소 측은 “오후 3시 10분경에 초단위로 148만 kW까지 떨어졌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16일 정부가 확인한 결과 순간적으로 148만 kW로 떨어진 것이 아니라 오후 2시경부터 약 1시간 동안 이 수준이 유지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지속적으로 예비전력이 위험한 수준에 다다랐음에도 전력거래소가 제대로 대처를 하지 않은 것이다.

발전회사의 한 관계자는 “발전회사들은 매일 오전 10시경에 전력거래소가 할당한 발전량만을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르면 전력거래소는 15일의 수요 예측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또 공식적인 예비전력과 실제 예비전력의 차이조차 제대로 모니터링하지 못해 우왕좌왕한 셈이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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