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전국 곳곳을 강타한 정전 사태에 대해 정부가 “불가항력적 상황이라 관계당국의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밝힌 16일 인터넷에는 이를 비난하는 누리꾼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특히 정전 보상액을 정전된 시간 동안 전기요금의 3배로 제한하는 내용의 전기공급약관에 따라 보상액이 겨우 800원 정도(한 달 평균 4만 원의 전기요금을 내는 가정의 경우)에 그칠 것이란 예상이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피해 시민들은 크게 분노했다.
한 누리꾼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어느 양식장 물고기가 전부 폐사해 5000만 원의 손실을 봤는데 한전에선 5시간 전기요금의 3배인 800원만 보상해 준다네요. 1000원도 아니고 800원”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에 대해 다른 누리꾼들은 “많은 국민이 촛불을 켜놓고 어둠과 싸웠다. 정부가 또다시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길거리로 나오길 원하는 게 아닌가 싶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홈페이지(www.ccej.or.kr)에서 피해 사례를 접수해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집단소송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피해 보상과 관련해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이날 국회 지식경제위 전체회의에서 “손해를 보상하는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피해 보상 약관의 효력을 법원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판결이 나와 봐야 알 수 있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은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약관 등 불공정한 약관은 무효로 보고 있는데 ‘800원 보상’ 규정이 한전에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조항인지는 따져봐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인천 남동공단의 주물공장인 ㈜한국소재는 15일 오후 4시경 전기 공급이 끊기면서 500kg짜리 용광로 3개의 가동이 40여 분간 중단돼 1000여만 원의 재산 피해를 봤다. 강원 강릉시 강동면 안인진리의 5개 양식장에서는 정전으로 해수공급 펌프의 가동이 중단돼 넙치(광어) 등 생선 1만7000여 마리가 떼죽음을 당했다. 그러나 강릉시는 자연재해로 볼 수 없기 때문에 보상할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한전의 5개 발전 자회사 노동조합으로 구성된 한국발전산업노동조합은 16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노조가 사전에 전력 대란을 경고하고 지경부 장차관 면담을 요구했지만 철저히 무시당했다”며 “최중경 장관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