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박태규 누구 이름 댔냐” 탐문 분주… 박연차 게이트 때도 ‘족집게 진술’이 기폭제
“입 무거운 로비스트는 없다.”
부산저축은행 사건의 핵심 로비스트인 박태규 씨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의 칼끝이 정권 핵심 인사인 김두우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을 겨냥하면서 정치권 안팎에선 이런 수군거림이 들리고 있다. 오랫동안 사적인 친분을 유지하면서 ‘은밀한 관계’에 대해 절대 입을 열지 않을 것처럼 말하고 행동하지만 정작 검찰 수사를 받게 되면 대부분의 로비스트가 자신의 감형을 위해서라도 결국 입을 연다는 ‘오래된 명제’를 박 씨가 다시 확인시켜 줬다는 것이다.
김 수석이 박 씨의 로비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소환 통보를 받고 짐을 쌌다는 소식이 전해진 15일 밤부터 많은 여야 인사들이 “박 씨가 누구 이름을 또 댔느냐”고 탐문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편 박 씨의 독특한 로비 방식도 정치권 안팎에서 입길에 오르고 있다.
박 씨는 여야와 지역을 떠나 두루 정관계 인사를 접촉했는데 이 과정에서 일부 언론인을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박 씨가 가끔 언론사 간부들의 모임에 유력 정치인을 자연스럽게 초청하는 식으로 발을 넓혔다”며 “평소 알던 언론인들이 있다기에 가보면 박 씨가 나와 있곤 했다”고 말했다. 박 씨는 이런 자리에서 바로 청탁이나 로비를 하지 않고 주요 정치 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스킨십을 쌓는 데 주력한 뒤 적절한 시기에 결정적인 로비를 하는 식으로 접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선 김 수석도 중앙일보 정치부장 시절 박 씨와 인연을 맺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여권 인사는 “처음에는 아무런 부탁도 하지 않아 안심하고 만나도 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며 “주변에서 ‘위험한 인물’이라는 얘기를 듣고 더는 만나지 않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