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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기를 들고]무턱댄 운동에 무너진 ‘왕년의 골잡이’

입력 | 2011-09-19 03:00:00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들이 바라보는 의료는 어떤 것일까. 의료 현장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은 ‘청진기를 들고’를 매주 게재한다.》

무더위가 지나가고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불 때면 학교나 회사의 운동회, 야유회 등에서 부상을 입고 진료실을 찾는 사람이 늘어난다.

최근 만난 40대 초반의 남성은 왼쪽 다리의 통증과 무력감을 호소했다. 발뒤꿈치 부위가 움푹 파였고 혈종이 보였다. X선 검사와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해보니 아킬레스힘줄이 파열돼 있었다. 다른 근육의 도움으로 보행은 가능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부종이 커졌다.

사연을 들어보니 회사 운동회에서 축구를 하다가 그렇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군 복무시절 부대에서 유명한 골잡이였다고 한다. 이날 체육대회에서도 오랜만에 축구화를 신고 열심히 뛰었다고 한다. 그러다 왼쪽 발목에서 ‘뚝’ 하는 소리와 함께 극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결국 수술 후 한 달 이상 깁스를 했다.

평소 운동량이 부족한 사람들이 모처럼 운동을 한다며 욕심을 부리거나 흥에 겨워 무리하기 쉽다. 근육이 제대로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무리한 운동을 하면 근육 경련이 일어나고, 심한 경우 골절이나 인대 파열로 이어진다. 이런 사람들의 부상 부위는 주로 발이나 다리 쪽이 많다.

진료실에 있다 보면 건강을 챙기려다 오히려 다치는 환자도 자주 본다. 건강에 관심이 늘어나는 시기의 새로운 흐름이다.

특히 나이가 들어 뼈가 약해지거나 평소에 스테로이드 등과 같은 약을 복용하는 사람들이 그렇다. 이들은 신체기능 회복을 목적으로 걷기나 달리기 등 체중이 실리는 운동에 열중한다. 그러다가 운동량이 갑자기 늘어나면 발뒤꿈치 뼈에 금이 생긴다. 전형적인 피로골절이다.

꾸준히 운동을 하는데도 부상을 막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마라톤 중독에 빠진 사람들이 겪는 아킬레스힘줄 염증이 그런 것들이다. 요즘에는 각자 즐기는 스포츠 유형이 다양해지다 보니 다리에 집중되던 부상 부위가 팔이나 척추 등으로 옮아가는 경향도 엿보인다.

운동 중 부상을 막으려면 우선 준비운동과 스트레칭을 반드시 해야 한다. 준비운동의 수준은 가벼운 달리기나 빠른 보행, 맨손체조 등을 해 몸에서 약간 땀이 나는 정도가 좋다.

운동 후에는 정리운동 없이 곧바로 휴식에 들어가면 안 된다. 실제 많은 부상이 운동을 마친 직후에 생긴다. 정리운동은 올라갔던 체온과 심박수를 서서히 내려주며 부상을 예방하고 피로를 빨리 풀어주며 운동 후 근육통, 저혈압, 실신 등을 방지할 수 있다.

정리운동은 가벼운 체조 등으로 스트레칭을 겸해 심박수가 100 이하로 될 때까지 천천히 해야 한다. 평소에 발목 근육 강화 운동, 장딴지 근육 스트레칭을 꾸준히 하면 신체 노화도 막을 수 있다.

전성기 때의 운동량이나 운동능력은 추억 속에 있을 뿐이다. 자신의 몸 상태와 안전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 몸 상태를 잘 알고 운동 강도를 조절하는 지혜를 발휘하기 바란다.

이진우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