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거기에 있으리라고 믿게 되는 사람들이 있다. 부모님, 혹은 팀의 고참 선수가 그런 사람들이다. 공통점은 더 있다. 언젠가는 사라지고, 그 후에야 소중함을 실감하게 된다는 점이다. 내게 있어 이숭용은 부모님 같은 선수였다. 처음부터 있었고, 항상 있었고, 계속 있으리라 믿었던….
내가 야구를 보기 시작한 건 2007년 말부터였다. 친구를 따라 야구장에 갔다가 야구를 보게 되었고, 공부가 하기 싫어서 휴학을 하고 취업하러 2008년 서울에 돌아왔을 때부터 본격적으로 보기 시작하게 되었다.
그 때 나는 별 생각 없이 당시 유니콘스에서 히어로즈로 바뀌며 서울에 입성했던 지금의 팀을 응원하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도 별 거 아닌 이유였다. 지역 연고팀을 응원하고 싶었고, 나름(엄연히 말하게 되면 애매하지만) 신생팀이니 나중에 원년부터 응원했노라 말하고 다닐 수 있을 것 같았다.
병아리가 알에서 깨어나자마자 처음 본 것을 어미로 각인하듯 나도 그렇게 자연스럽게 이숭용이라는 선수를 인지했다. 히어로즈의 1루수, 그리고 나의 캡틴이라고.
트레이드나 부상의 여파로 여기저기 포지션이 구멍 나서 걱정할 때도 1루를 걱정해 본 적은 한번도 없었다. 악송구가 될게 뻔해서 던지는 순간 비명이 나오는 공도 안정적으로 받아내고, 항상 타격도 꾸준하게 해주는 선수였다. 가끔 ‘숭캡이 은퇴하면 우리 1루는 어쩌지?’ 하고 걱정하긴 했지만 그 걱정을 심각하게 해본 적은 없었다. 그가 없는 1루는 별로 상상해본 적도 없었고 상상하기도 싫었기 때문이다.
그 걱정을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한 게 올해부터였다. 처음으로 2군에 내려갔고, 주로 대타로 출전하게 됐다. 숭캡이 없는 1루를 보면서 몇 번을 걱정하며 후회했는지 모른다.
그렇다. 있을 때는 모른다. 가끔 소중하다거나 고맙다는 생각을 하긴 하지만 그걸 입 밖으로 혹은 적극적으로 표현하진 않는다. 그저 언젠가는 이런 말을 할 일이 있겠지 하고 넘어갈 뿐이다. 그리고 없어질 때가 다가와서야 깨닫는다. 아, 진작에 얘기할 걸 하고. 울면서 은퇴식을 볼 때 생각했다. 그가 없는 1루와, 그가 아닌 주장에 익숙해지는 데에는(심지어는 올해 주장이 아니었는데도) 아마도 매우 긴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황선하·넥센 열혈 여성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