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고래를 찾는 자전거’

아역배우 박지빈(왼쪽)과 이슬기의 연기가 빛나는 영화 ‘고래를 찾는 자전거’. 필마픽처스 제공
전라도 어디쯤에 사는 어린 남매 은철(박지빈)과 은하(이슬기)는 부모님을 하늘나라로 보내고 할머니와 함께 산다. 어느 날 할머니마저 세상을 등지자 이들을 돌보던 사회복지사는 은철에게 동생을 보육원에 맡기자고 제안한다. 하지만 “삶과 죽음이 한 조각”이라고 말할 만큼 조숙한 은철은 여동생의 소원을 들어줘야 하다며 제안을 거절한다. 은하의 소원은 선천적인 병 때문에 눈이 멀기 전에 꼭 한 번 고래를 보는 것이다.
자전거에 올라 고래로 유명한 울산 장생포로 떠난 남매는 수배자 덕수와 길동무가 된다. 덕수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살인자가 된 전직 고래 백정. 하지만 누구보다도 따뜻한 가슴으로 남매를 돌보는 덕수에게 남매는 아버지 같은 정을 느낀다. 덕수 또한 아이들을 잃은 아픈 과거가 있다.
‘황산벌’ ‘평양성’ 등에서 코믹한 연기를 선보였던 이문식은 얼굴에 웃음기를 싹 빼고 진지한 역할에 도전했다. 김여진의 일상의 한 토막을 뚝 떼어낸 듯 자연스러우면서도 묵직한 연기도 눈길을 끈다. 배창호 감독의 연출부 출신인 김영로 감독(41)의 늦깎이 장편 데뷔작이다. 전체 관람가.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