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육혈포 강도’대본★★★★ 연출★★★☆ 연기★★★ 무대★★★
연극 ‘육혈포 킬러’에서 부실 저축은행의 명단을 권력자들에겐 몰래 알려주면서 국민들에게 비밀로 했다가 ‘육혈포’ 킬러에게 목숨을 잃는 금융감독관(박기덕). 한국연극연출가협회 제공
공연은 2개의 독립된 연극으로 구성됐다. 1부 ‘임성구와 혁신단’(김은성 작·김석만 연출)은 과일 행상을 하다 혁신단을 창단한 임성구(미상∼1921)를 중심으로 1912년 초연됐던 ‘육혈포 강도’의 내용을 극 중 혁신단원들의 코믹한 연습 장면으로 재구성했다. 2부 ‘육혈포 킬러’(김재엽 작·연출)는 ‘다이렉트 액션’이란 극단을 운영하는 21세기 독립예술가 임성구의 좌충우돌 코미디다.
연극은 반복과 차이를 통해 재미를 끌어냈다. 1부가 연극계에서도 실체를 제대로 모르던 혁신단 구성원과 육혈포강도의 내용을 짐짓 근엄한 다큐멘터리 수법으로 그려내 잔잔한 웃음을 유발했다면 2부는 SF코믹활극의 수법을 차용한 현실풍자로 폭소를 끌어냈다. 두 작품에 같은 배우들이 같은 이름으로 등장하는 점도 이를 통해 실화를 바탕으로 한 ‘권총강도 시마즈 사다키치’라는 일본 신파극이 한국적인 ‘육혈포 강도’로 변모하고 다시 ‘육혈포’라는 최신 총기로 무장한 자살테러단에 포섭된 임성구의 연극이 현실이 되는 ‘육혈포 킬러’로 변신한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