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정민 기자
삼성카드 직원의 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한 6일 한 카드회사 관계자를 만났다. 사고를 막기 위해 어떤 대책을 마련하고 있느냐고 묻자 “직원이 마음만 먹으면 어떻게든 고객 정보를 빼낼 수 있는 게 사실”이라며 “내부 직원을 상대로 보안 및 윤리 교육을 강화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 술 더 떠 “하지만 최근 유출된 정보는 대부분 전화번호와 연락처 등 신상정보 수준이어서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덧붙였다. 고객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막대한 돈을 버는 금융회사 관계자들의 보안 인식이 겨우 이 정도라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전자금융이 날로 발달하면서 각 금융회사에 축적된 막대한 고객정보를 빼내려는 시도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각 회사가 내놓는 대책은 기껏해야 고객 파일을 암호화하거나 직원들이 고객 정보를 조회할 때 기록을 남겨놓는 정도에 불과하다. 많은 정보기술(IT) 전문가들은 암호화된 고객 파일을 푸는 게 그다지 어렵지 않으며 고객정보 조회와 관련된 기록을 매일 매일 철저하게 점검하지 않으면 검열 시스템이 별다른 쓸모가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보안 문제에 관한 금융회사 경영진의 안이한 인식이다. ‘도둑을 반드시 소탕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접근해도 도둑을 잡을까 말까 한데 ‘도둑 없는 세상이 어디 있느냐’는 식으로 사태를 바라보니 도둑을 잡을 리 만무하다.
삼성카드 사태 여파가 가라앉지도 않은 19일 하나SK카드의 직원이 고객 정보를 유출하는 사고가 또 발생했다. 가뜩이나 보안 불감증에 시달리는 한국 금융업계가 언제쯤 이 문제를 발본색원할 수 있을까.
하정민 기자 de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