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김현수(23)는 20일 대구 삼성전에 앞서 방망이 한 자루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아직 비닐 포장도 벗기지 않은 새 방망이였다. 그러더니 삼성 덕아웃 쪽으로 가지고 갔다. 그러자 삼성 최형우(28)가 만면에 웃음을 지으며 마중을 나왔다.
김현수는 “아니, 홈런왕이 왜 내 방망이를 받아가요?”라고 큰소리를 쳤다. 최형우는 입이 귀에 걸린 채 방망이를 이리저리 돌려보더니 “내가 너한테 준 방망이가 몇 개인데 그러냐. 현수 기 좀 받아서 홈런 쳐야겠다”며 반격했다. 김현수는 “이 방망이로 홈런 쳐서 홈런왕 되면 시즌 끝나고 알죠? 한 턱 내야 돼요”라며 싱긋 웃었다.
홈런 1위를 달리는 타자가 왜 이리도 방망이에 욕심을 내는 것일까. 최형우는 이에 대해 “올해 내가 홈런을 좀 치니까 여기저기서 방망이 달라고 난리다. 준 건 많은데 받은 건 몇 개 없다”며 억울한 표정. 그러면서 “현수뿐 아니라 롯데 (이)대호 형하고 (강)민호도 내 방망이 많이 가져갔다. 우리는 방망이 무게나 길이가 똑같아 서로 기가 좋을 때 선물을 많이 주고 많이 받는다. 민호는 지난주에 가져간 내 방망이로 청주에서 오랜 만에 홈런을 쳤더라”며 은근히 자신의 덕임을 자랑했다.
대구|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트위터 @keystone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