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규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개그맨 강 씨의 경우나 안 교수 바람이나 모두 한순간에 휘몰아치는 광풍과도 같은 우리 사회의 여론 쏠림현상과 맥을 같이한다. 금방 뜨거워졌다가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차갑게 식어버리는 ‘냄비현상’이 여기에도 적용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안 교수 관련 주가의 요동은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다. 스티브 잡스의 경우처럼 유능한 최고경영자(CEO)가 회사를 그만두면 그 회사의 주가는 떨어지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안 교수가 정계로 진출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관련 주가가 급등하였다. 그로부터 며칠 후 박 변호사로의 후보 단일화 발표 이후 박 변호사와 이래저래 관련된 주식의 가격이 급등하는 동시에 안 교수 관련 주가는 급락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현대사회에서 정치와 경제는 불가분의 관계이다. 정치가 경제를 선도하기도 하고, 때로는 경제가 정치를 받쳐 주기도 한다. 어떤 핵심적 지위에 있는 정치인이 중점적으로 추진하려는 정책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민간회사의 주가가 오르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정책의 집행과정에서 민간부문과의 협력이 필요할 것이고, 이로 인해 해당 기업의 주가는 시장원리에 의해 자연스럽게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안 교수나 박 변호사는 아직까지 경제와 관련된 어떤 구체적 정책도 제시한 적이 없는데 개인적으로 관련된 회사의 주가가 급변하는 것이다. 안 교수가 국민의 관심사인 급식과 의료 등 복지문제나 더 나아가 국가의 비전에 대해 한마디 제시한 적도 없는데 돌연 강력한 대선주자 중 한 명으로 부상하고 그에 따라 주가가 널뛰기를 하는 현상은 우리 사회의 비이성적 쏠림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한 분야에 일생을 바쳐 위대한 업적을 내는 장인정신이야말로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교육적으로도 바람직한 일이다. 만일 스티브 잡스가 건강이 회복되어 차기 대선에 출마한다고 하면 과연 미국에서도 한국과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미국의 미래상이나 경제난을 타개할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지 않은 채 그의 명성만으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대항마로 부상할 수 있을지 선뜻 상상이 되지 않는다. 현실을 냉철하게 이성적으로 직시할 수 있는 안목이 어느 때보다도 요구되는 요즈음이다.
박완규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