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이민자격 따내려… 주민증 위조했다가 들통
명문대 치대 출신인 치과 원장 최모 씨(38)는 자녀 교육을 위해 영국이민을 가려 했지만 영어의 벽에 부딪쳤다. 영국 치과의사 면허를 취득하려면 국제공인 영어능력시험인 아이엘츠(IELTS)에서 7점(9점 만점) 이상을 받아야 했던 것. 그는 영국에서 10년 넘게 살고 있는 매형 도모 씨(40)에게 대리시험을 부탁했다.
평소 금전적 도움을 준 처남을 외면할 수 없었던 도 씨는 화끈하게 도와주기로 했다. 두 사람은 주민등록증 위조부터 시작했다. 최 씨는 영국에 살던 도 씨에게 자신이 쓰던 안경을 보내 쓰게 하고 헤어스타일까지 비슷하게 꾸민 다음, 찍은 사진을 이용해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았다. 임용된 지 몇 달 안 된 주민센터 직원은 다른 사람의 사진이라는 것을 알아보지 못했다. 도 씨는 2008년 12월 귀국해 위조 신분증으로 시험에 응시했다. 결과는 7점.
그러나 치밀했던 대리시험 작전은 최 씨가 “국제공인시험 점수도 위조 ‘한 방’이면 금방 딸 수 있다”고 떠벌리고 다니면서 들통 났다. 소문이 퍼져 경찰의 귀에까지 들어간 것.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이들을 주민등록법 위반 혐의 등으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21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영국 측에 최 씨의 영어점수가 허위라는 사실을 통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