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들의 선거 여론조사에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출마의사를 밝히지도 않은 인물을 잠재적 대권 주자 등으로 상정하고 조사 대상에 올리는 것은 잘못이다. 이달 초에 불었던 안철수 바람은 정치 지형을 크게 흔들었다. 안 씨는 단순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할 수도 있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에 불과했으나 언론은 안 씨를 서울시장 후보에 포함시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그가 서울시장 불출마 의사를 밝힌 뒤에는 차기 대통령 후보 여론조사에 넣고 있다.
선거전문가인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후보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여론조사를 하는 것은 이미지에 따라 인기투표를 해보라고 부추기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많은 여론조사 응답자는 안 씨가 서울대 의대를 우수한 성적으로 나왔고,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을 나눠줬으며 젊은이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청춘콘서트로 유명하다는 등의 몇 가지 피상적 정보와 이미지를 근거로 판단했다.
이런 식의 여론조사라면 언론이 지도자의 등장 과정을 심하게 왜곡할 소지마저 있다. 언론은 여론조사를 하기 전에 대상자들의 국가관 행정능력 등을 분석한 뒤 객관적 정보를 제공할 책임이 있다. 국민이 알아야 할 진실을 최대한 정확히 전달해 합리적 결정을 도와야 한다. 어제 서울시장 선거 출마 선언을 한 박원순 변호사에 대해 서울 시민이 얼마나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여권 쪽에서 출마 의사를 밝힌 이석연 변호사나 나경원 의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언론이 이들의 진면목을 철저하게 검증해 알리고 난 뒤 여론조사에 나서는 것이 민주주의 원칙에도, 사회과학적 조사 원칙에도 부합한다. 원로언론인 남시욱 씨는 “안철수 박원순 등은 매스컴이 만든 영웅인 만큼 이제라도 다각적인 검증을 하는 것이 언론의 사명”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