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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섭 교수의 패션 에세이]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즐거운 땡.땡.땡.

입력 | 2011-09-23 03:00:00


도트무늬를 활용한 다양한 의상을 선보인 ‘마크 제이콥스’의 2011년 가을겨울 컬렉션. 마크 제이콥스 제공

하나의 패션이 완성되고 그에 대해 큰 인상을 남기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무늬다. 어쩌면 그것은 인간의 본질적인 장식 욕구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단순한 천 위에 점을 찍던 것이 나중에는 가장자리에 장식을 하고 그 위에 수를 놓는 등 그 기법은 점점 더 고도화되고 그 역할 또한 패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되고 중요해졌다.

그중 우리가 흔히 ‘땡땡이’라고 부르는 점무늬만큼이나 친근한 무늬도 드물 것이다. 다른 어떤 장식적인 무늬 중에서도 가장 단순하지만 가장 눈에 띄며 어떤 무늬보다도 사용하는 바에 따라 느껴지는 감정이 크게 달라지게 만들기도 한다.

바탕에 비해 점의 크기가 깨알같이 작은 경우는 성숙하고 우아한 느낌을 주고 점과 바탕의 크기가 거의 같은 보통의 땡땡이 무늬는 그저 귀엽고 사랑스러울 뿐이다. 반면 점무늬가 과도하게 커지고 바탕이 보이지 않는 정도가 되면 그래픽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미래지향적인 느낌을 갖게 만든다. 또한 흑과 백의 단순한 점무늬가 아닌 다양한 색이 조합을 이루면 마치 새알 모양의 초콜릿이 흐트러진 것처럼 팝아트적인 성격을 갖게 되는, 그야말로 언제든지 변화무쌍하게 알에서 깨어날 수 있는 무늬라고 할 수 있다.

드디어 이번 시즌, 많은 디자이너가 알에서 부화한 땡땡이를 진화시켰다. 재킷, 스커트, 스타킹, 그리고 그것도 아쉬워 아예 땡땡이 모양을 커다랗게 형상화한 검정 캡 모양의 모자를 머리 위에 앙증맞게 올려놓았다.

올(all) 블랙의 의상에는 반짝이는 소재를 붙여 그 효과를 극대화했고, 레이스, 시폰 같이 살이 비치는 섹시한 소재에 땡땡이 모양을 더해 이제껏 보지 못했던 진화된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다. 예전부터 사랑받던 ‘국민무늬’ 땡땡이가 제대로 대접받는 느낌이다.

이번 가을, 겨울, 올 땡땡이로 무장할 용기는 없다면 스타킹이나 스카프, 아니면 어깨를 감싸는 니트 스웨터 하나 정도는 바꿔보면 어떨까? 지루하게 반복되는 당신의 패션에 ‘땡땡땡’ 즐거운 종소리를 울려 줄 수 있다.

패션디자이너·홍익대 섬유미술패션디자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