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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사법부’ 6년 과제]‘사법 신뢰’ 강화가 우선 숙제

입력 | 2011-09-23 03:00:00

내년까지 대법관 6명 교체




양승태 차기 대법원장 앞에는 이념에 치우친 판결, 상식에 반하는 판결을 없애 법원과 판결의 신뢰도를 높이는 과제가 놓여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양승태 대법원장 시대가 막을 올린다. 양 차기 대법원장은 26일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임기 6년의 대법원장 임명장을 받는다. 15대 대법원장의 임기는 25일부터 시작된다. 양 대법원장의 앞길에는 만만치 않은 과제들이 놓여 있다. 사법부 내부와 주변 환경은 달라졌고 국민은 더 엄격한 잣대로 사법부를 바라보고 있다. 고품질의 사법서비스를 제공하라는 국민적 요구도 거세다.

이용훈 대법원장이 공판중심주의 정착 등 업적을 남겼지만 사법부의 이념적 편향성 논란과 일선 판사들의 ‘튀는 판결’로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양 차기 대법원장은 사법부가 국민으로부터 전폭적인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개혁을 이끌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 판결의 신뢰성 높이는 게 최우선 과제

법원은 법치주의의 근간이다. 따라서 법원 판결이 헌법가치에 어긋나거나 국민의 상식과 거리가 있을 때 사법부에 대한 국민 신뢰가 추락할 수 있다. 이 대법원장 재직 때는 일부 판결에서 판사 개인의 이념 성향이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냐는 시비가 여러 차례 불거져 사법부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사회 갈등을 조정해야 할 법원이 오히려 분란을 촉발시켰다는 지적도 받았다. 소수 의견이었지만 박시환 대법관이 “북한을 반국가단체라고만 할 수는 없다”는 의견을 밝혀 큰 파장을 낳았고, 이른바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 국회 폭력’ 사건 때는 1심에서 무죄가 나와 국민적 비판과 직면해야 했다.

이 때문에 양 차기 대법원장이 취임하면 판결 자체가 논란에 휩싸이지 않도록 하급심 판결의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 그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 문제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 지방법원 항소심 재판은 임관 5년차 이상의 경륜 있는 판사만 참여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다.

○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

최종심의 판단을 맡고 있는 대법관이 어떤 인물로 구성되느냐에 따라 사법부 질서가 결정된다. 그만큼 대법관의 인적 구성은 사법 질서의 핵심이 된다. 보수 성향으로 평가받는 양 차기 대법원장은 그간의 ‘사법부 좌편향’ 논란을 불식하는 동시에 ‘우편향’에 대해서도 경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양 차기 대법원장은 취임 이후 11월 퇴임하는 박시환 김지형 대법관의 후임자부터 추천해야 한다. 내년 7월에는 박일환 김능환 전수안 안대희 대법관이 퇴임할 예정이어서 이명박 대통령 임기 내인 내년까지 모두 6명의 후임 대법관을 제청한다.

이 대법원장 취임 이후에는 개혁 성향의 대법관이 대거 진출해 ‘편향된 인적 구성’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특히 대법관은 여전히 서울대 출신과 법관 출신으로 편중돼 있다. 11월 원광대 출신인 김지형 대법관이 퇴임하면 대법관 전원이 서울대 출신이 된다. 이 때문에 고려대 출신인 지대운 서울중앙지법 파산수석부장판사와 김창석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이 대법관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다. 내년 7월 여성인 전수안 대법관이 퇴임하면 그 자리를 여성 대법관이 채워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또 호남 출신이 이상훈 대법관뿐이어서 지역 배분도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 법조 일원화 정착

올 상반기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는 ‘법조 일원화’를 결정했다. 지금처럼 사법연수생을 법관으로 뽑지 않고 변호사와 검사, 교수, 공무원 중 10년 이상 법조경력자를 신규 법관으로 모두 채용하는 새로운 법관 임용제도다. 이 제도는 2013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에 들어가 2022년에 전면 실시된다. 법조 일원화는 튀는 판결 등을 예방하기 위한 방안으로 마련됐지만 잘못 운영되면 재판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양 차기 대법원장은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세부시행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 사법부 독립 지키면서 소통 강화

‘이용훈 사법부’는 과거 어느 정권의 사법부보다 독립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검찰이나 행정부, 변호사 업계와는 다소 거리를 둬 ‘폐쇄적’이라는 평도 나왔다. 사법부의 판결에는 외부 간섭이 영향을 줘서는 안 되지만 사법 고립의 부작용도 큰 만큼 주변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새로운 관계 정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양 차기 대법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임명했기 때문에 2013년 들어서는 차기 정권의 주인이 누구냐에 따라 행정부와 사법부가 어떻게 견제와 균형을 이뤄낼지 주목된다.

성낙인 서울대 법대 교수는 “차기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견제와 균형을 통해 정부와 사법부가 국민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 사법부 수장으로서 가장 큰 과제”라며 “경륜이 짧은 법관들이 국민 법감정과 상식을 무시한 판결을 했을 때는 대법원이 나서 조율과 균형을 이루도록 독려하는 것도 신임 대법원장의 중요 임무”라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이종식 채널A 기자 be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