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석연 ‘수도 지킴이’ 자처… 서울시장 보선 쟁점 부상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관세청과 한국 조폐공사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는 모습.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보수 시민사회세력의 대표로 출마하는 이석연 변호사가 ‘수도 지킴이’를 자처하며 행정수도 이전 논란에 불을 지핀 것이다. 행정수도 이전 논란은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충청지역에 신행정수도를 건설하겠다고 공약한 이래 지난해 세종시 수정안이 최종 부결될 때까지 8년 동안 논란이 이어졌다.
2004년 신행정수도특별법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해 위헌결정을 받아내는 데 앞장섰던 이 변호사는 수도 이전을 주도해 온 범야권 세력과 각을 세우기 위해 이 이슈를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나라당도 수도권과 충청지역, 친박(친박근혜)계와 친이(친이명박)계의 대립으로 극심한 내홍을 겪은 터라 이 이슈가 어디로 번질지 예측하기 쉽지 않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박세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박원순 변호사의 개인적인 인연과 과거 경력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이 변호사와 그를 돕고 있는 박 교수가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이번 선거의 핵심 이슈로 들고 나오자 한 친박계 의원은 22일 “8년간 논쟁 끝에 가까스로 지난해 종결된 수도이전 이슈를 또 들고 나와 이것이 보수 분열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박 전 대표는 그동안 수도이전 법안 논쟁의 중심에 서 있었다.
박 전 대표는 신행정수도특별법 위헌판결 후 자신이 야당 대표 시절인 2005년 3월 당시 여당이 주도한 행정도시법에 대해 이재오 김문수 안상수 등 당내 수도권 의원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표결 처리에 합의했다. 이명박 정부가 이른바 세종시법 수정안을 제출하자 정권과 각을 세우기도 했다.
반면에 2005년 당시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이던 박 교수는 행정도시법 통과를 막는 데 실패하자 여야와 박 전 대표를 비판하며 의원직을 사퇴했다. 이 변호사는 2005년 박 전 대표가 합의한 행정도시법에 대해 ‘수도 분할’이라고 비판하며 2004년에 이어 헌법소원을 제기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이 변호사가 언급한 ‘수도이전 분할 세력’에 박 전 대표도 포함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박 전 대표의 이번 서울시장 선거 지원 여부를 놓고 고민 중이던 친박 진영에서는 예상치 못한 이슈 등장에 더 깊은 고민에 빠져드는 형국이다. 한 친박 인사는 “무상급식에 대한 당내 논란이 정리돼 가는 상황에서 수도 이전이라는 다른 과거 이슈가 등장하는 건 반갑지 않다”며 “박 전 대표가 수도권 표에 타격을 입어가면서 견지해 온 신행정수도 관련 입장을 이제 와서 바꿀 수는 없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만일 이 변호사가 범여권 후보로 선출돼 지금의 세종시를 수도 분할로 비판한다면 박 전 대표가 지원하기 힘들지 않겠냐는 것이다.
일단 이 변호사와 친박계는 범보수의 분열을 우려하며 단합을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의 세종시법도 일종의 수도분할이라는 생각이지만 정치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박 전 대표가 어떤 태도였는지 알지 못한다”며 직접적인 비판을 자제했다. 친박계 유승민 최고위원은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보수 분열을 막기 위해 최소한 당직자는 이 변호사에 대한 비판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진보 시민사회세력을 대표해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박원순 변호사도 자신이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참여연대가 2004년 헌재의 신행정수도 이전 위헌결정을 비판한 점 때문에 ‘수도 분할’을 주장했다는 일각의 비판을 받고 있다. 전날 “서울과 수도권의 과밀함은 지방으로의 분산을 요구하고 있다”고 했던 박 변호사도 행정수도 이전 이슈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