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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前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 실세들 준다며 상품권 5000만원 받아가”

입력 | 2011-09-23 03:00:00

이국철 SLS회장 ‘10여억원 제공’ 이어 추가폭로
“또다른 실세에도 향응”… 거명 인사들 “사실무근”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에게 10여억 원의 금품을 건넸다고 폭로한 이국철 SLS그룹 회장이 신 전 차관뿐 아니라 청와대 고위 간부 등 현 정권 실세 3명에게도 향응과 금품이 건네졌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2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 SLS그룹 서울사무실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신 전 차관이 ‘K 씨와 I 씨 등 정권 실세들에게도 인사를 해둘 필요가 있다’며 2008년 추석 때 3000만 원, 2009년 설날에 2000만 원 등 모두 5000만 원어치의 상품권을 가져갔다”고 말했다. 그는 “신 전 차관에게 준 상품권이 K 씨 등에게 실제로 전달됐는지는 확인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K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국철은 전혀 모르는 사람이고 상품권을 받은 적도 없다”며 “내 재산이 150억 원 가까이 되는데 그런 걸 왜 받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또 그는 “신 전 차관도 오늘 전화해서 그런 소리가 나오게 해서 미안하다고 하더라”라고 덧붙였다. I 씨도 “전혀 모르는 사람이고 금품을 받은 적도 없다”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또 “2009년 국무총리실로부터 P 씨가 일본 출장을 가니 알아서 잘 접대를 하라는 연락을 받았다”며 “일본 현지 법인장을 통해 P 씨에게 500만 원 상당의 식사와 술 접대를 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정부부처의 차관급 간부로 재직하던 P 씨는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 명이다. 이 회장은 “P 씨와는 전혀 안면이 없었고 이름도 모르는 사람이었지만 국무총리실 연락을 무시할 수가 없었다”며 “당시 접대를 했던 법인장이 (접대)지급 명세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P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국철이란 사람은 만난 적도, 통화한 적도 없는 생면부지”라며 “재임기간에 일본에 두 번 갔지만 일정이 빠듯해 접대를 받을 시간조차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신 전 차관이 금품을 받은 건 앞으로 폭로할 내용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라며 “내가 입을 더 열면 파장이 엄청날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해당 인사가 누군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는 신 전 차관과 P 씨 등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근거 자료에 대해서도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 그때 제출하겠다”며 공개하지 않았다.

이 회장의 폭로 내용에 대해 검찰은 공식적으로는 “한쪽 진술만 가지고 당장 수사에 착수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신 전 차관에 대한 내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자체 감찰을 대폭 강화하기로 한 것으로 22일 전해졌다. 민정수석실은 24일 이 대통령이 귀국하는 대로 강도 높은 공직 기강 점검대책을 보고할 예정이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