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아래서 자라 맛과 향 일품인 ‘버섯의 제왕’
이 중에서도 송로버섯은 맛이 얼마나 좋은지 이탈리아의 오페라 작곡가 로시니가 프랑스 파리에 살 때 센 강에서 보트를 타며 유람을 하다가 도시락으로 싸간 송로버섯을 강물에 빠뜨린 후 눈물을 흘렸다는 일화가 전해질 정도다.
서양의 송로버섯에 버금가는 동양의 버섯이 송이버섯이다. 송로버섯이 떡갈나무 밑에서 나오는 데 비해 송이버섯은 소나무 아래서 자라는데 향과 맛이 뛰어나 한국과 일본에서는 버섯의 제왕이라고 한다.
역시 고려 말 학자인 목은 이색도 송이버섯에 대해 ‘처음에는 땅의 힘으로 생겨나지만 자라기는 바람소리와 맑은 이슬만 먹고 자라는 고고한 식물’이라며 송이버섯을 먹으면 그 향기로움에 온몸의 기운까지 평온해진다고 했다.
송이버섯에 대해 왜 그렇게 환상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는지는 송이버섯 성장의 배경이 되는 소나무에 대한 옛 사람들의 인식을 보면 이해할 수 있다.
‘동의보감’에서 송이버섯은 깊은 산속의 늙은 소나무 밑에서 소나무 기운(松氣)을 받아서 자라기 때문에 나무에서 생겨나는 버섯 중에서는 으뜸이라고 했다.
소나무가 도대체 무엇이기에 그 아래서 자라는 버섯에다 먹으면 신선이 될 정도의 기운을 불어넣어 주냐고 물을 수 있겠지만 소나무 송(松)자를 보면 이유를 알 수 있다. 소나무 송은 나무 목(木) 옆에 벼슬 공(公)으로 구성된 글자다.
말장난 같지만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소나무가 절개의 상징이었고 십장생(十長生) 중 하나로 꼽혀 장수의 상징이었으며 일본에서는 아예 소나무에 신들이 머문다고 여겼다.
이런 소나무의 기운을 받아서 자라니 송이버섯의 맛이 향긋하고 풍미가 뛰어난 것인데 살아있는 소나무 뿌리에서만 자라기 때문에 더욱 인체에 좋다고 믿었다. 조선 후기 농업서인 ‘증보산림경제’에서는 송이버섯 중에서도 아직 흙을 뚫고 나오지 않은 송이버섯을 어린 버섯이라는 뜻의 동자버섯이라고 부르며 맛이 가장 좋다고 했다.
송이버섯은 고기를 굽는 것처럼 구워서 먹는 것이 가장 향기롭고 맛이 좋다고 했으니 송이를 구워 먹는 것은 최근에 개발된 것이 아니라 조선시대 때부터 이어져 내려온 방법인 것 같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인 이규경이 쓴 ‘오주연문장전산고’에도 산속에서 나오는 음식에 관한 연구라는 글에서 송이구이인 송이적(松耳炙)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으니 옛날부터 송이를 구워 먹으며 그 향과 맛을 즐겼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