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장환수의 數포츠]퍼펙트게임 기록할 뻔한 선수 두명은 누구

지난해 6월 4일, 전날 미국 메이저리그 디트로이트 팀 투수 아만도 갈라라가(오른쪽)의 퍼펙트게임을 오심으로 날린 짐 조이스 심판(왼쪽)이 경기에 앞서 사과를 한 뒤 오히려 위로를 받자 눈물을 훔치고 있다. 동아일보DB

▶ 프로야구 30년 역사상 첫 퍼펙트게임 기록은 롯데의 34세 투수 이용훈에 의해 작성됐다. 이용훈은 1주일 전인 17일 퓨처스(2군) 리그 한화와의 대전 경기에 선발로 나가 9이닝동안 한 명의 타자도 1루를 밟지 못하게 하는 완벽한 투구를 했다. 1982년 출범한 프로야구에서 노히트노런은 포스트시즌 1번을 포함해 11번이 나왔지만 퍼펙트게임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면 한국보다 역사가 긴 미국과 일본에선 각각 20번, 15번의 퍼펙트게임이 나왔다. 물론 1군 리그 얘기다. 이용훈의 퍼펙트게임은 분명 한국 프로야구 첫 기록이지만 앞에 2군 딱지가 붙어 다녀야 한다.

▶ 그렇다면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퍼펙트게임은 몇 번이나 나왔을까. 정답은 ‘알 수 없다’이다. 마이너리그는 트리플A, 더블A, 싱글A에 루키 리그가 있고 지역별로 여러 리그가 혼재해 있다. 이루 헤아리기 힘들 만큼 많은 경기가 열린다. 따라서 모든 기록을 집계하고 관리하기 힘들다. 아마 메이저리그의 몇 배 또는 몇십 배의 퍼펙트게임이 나왔을 것이라고 추산할 뿐이다.

▶ 마이너리그 얘기가 나왔으니 예전에 ‘베이스볼 다이제스트’란 야구 월간지를 보다 깜짝 놀란 일이 있어 잠깐 소개해본다. 지거 스태츠란 선수는 1919년 데뷔한 메이저리거였다. 그는 10년간 4팀을 옮겨 다니며 8시즌을 빅리그에서 뛰었다. 전성기였던 1923년에는 시카고 컵스에서 타율 0.319에 209안타를 기록했다. 통산 성적도 타율 0.285에 737안타로 준수한 편이다. 하지만 그가 기억되는 이유는 메이저리그가 아닌 마이너리그 성적 때문이다. 45세가 된 1942년까지 무려 18시즌을 마이너리그에서 뛴 그는 통산 3356안타를 때렸다. 이 부문 최고 기록은 스펜서 해리스가 갖고 있는 3617안타. 스태츠처럼 빅리그에서 이름을 날린 선수가 그토록 긴 세월을 마이너리그에서 뛰었다는 점도 이채롭다.

▶ 이 밖에도 마이너리그에선 조 윌호이트가 1919년 69경기 연속 안타, 봅 크루즈가 1948년 254타점, 폴 스탠드가 1923년 325안타 기록을 세웠다. 이는 불멸의 기록으로 추앙받는 1941년 조 디마지오의 56경기 연속안타와 1930년 핵 윌슨의 191타점, 2004년 스즈키 이치로의 262안타를 압도한다. 2001년 배리 본즈의 73홈런은 1954년 조 바우만의 72홈런 기록을 47년 만에 깬 셈이다. 언제쯤이면 우리 프로야구도 2군 기록을 훑어보다 깜짝 놀랄 날이 올까.

▶ 얘기가 옆으로 샜는데 다시 퍼펙트게임으로 돌아가 보자. 지난해 6월 3일 메이저리그에선 9회 2사 후 심판의 명백한 오심으로 퍼펙트게임이 날아간 경우도 있었다. 디트로이트의 홈경기에서 클리블랜드 제이슨 도널드가 친 타구는 1루와 2루 사이로 굴러갔고, 그 공을 1루수 미겔 카브레라가 잡아 베이스 커버를 들어온 투수 아만도 갈라라가에게 송구했다. 누가 봐도 명백한 아웃 타임. TV 중계의 느린 화면으로도 확인됐다. 그러나 1루심은 세이프를 선언했고, 통산 21번째이자 외국인 두 번째가 될 퍼펙트게임은 무산됐다. 짐 릴랜드 디트로이트 감독은 격렬하게 어필했지만 판정 번복은 나오지 않았다. 1루심은 경기가 끝난 뒤에야 “마치 귀신에 홀린 것 같았다”며 사과했다. 하지만 1안타 완봉승에 만족해야 했던 갈라라가의 대답이 너무나 쿨했다. “지금 그의 기분은 나보다 훨씬 나쁠 것이다. 이 세상 누구도 완벽할 수는 없다.”

▶ 이쯤에서 문제 하나. 그렇다면 한국 프로야구에서 퍼펙트게임에 가장 근접했던 투수는 누구였을까. 여러 시각이 있겠지만 기자는 빙그레 이동석과 쌍방울 김원형을 꼽고 싶다. 이동석은 1988년 광주에서 해태 선동열과 맞붙어 유일한 무4사구 노히트노런(1-0 승)을 달성했다. 당시 수비 실책 2개만 없었으면 퍼펙트게임이 될 수 있었는데 연습생 신화의 주인공인 유격수 장종훈이 실수를 했다. 최연소 노히트노런 기록(20세 9개월 25일)을 갖고 있는 김원형은 1993년 OB와의 전주 홈경기에서 6회 김민호에게 볼넷 1개만 허용했다. 최소 출루 허용 기록이다.

▶그러고 보면 국내 노히트노런에는 희한하게 재미있는 사연이 많이 담겨 있다. 해태 방수원은 어린이날인 5월 5일 삼미와의 광주 경기에서 한국 프로야구 1호 노히트노런을 작성하는 영광을 안았다. 그러나 이게 그 해 그의 유일한 승리일 줄이야. 그의 시즌 성적은 1승 8패였다. 롯데 재일교포 투수 김정행은 1986년 6월 5일 4사구를 8개나 내주면서도 노히트노런을 달성했다. 그러나 행운은 거기까지였다. 이날은 한국 축구가 멕시코 월드컵에서 김종부의 동점 골로 불가리아와 비긴 날. 그의 노히트노런은 단신으로 처리되는 비운을 맛봤다. 1988년 OB 장호연이 롯데를 상대로 유일하게 작성한 개막전 노히트노런에는 1개의 삼진도 없었다. 역시 두뇌 피칭의 대가 장호연이란 말이 나왔다. 현대 정명원은 1996년 해태와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포스트시즌 첫 노히트노런을 했다. 하지만 우승컵은 해태의 몫이었다.

▶ 노히트게임을 했지만 노히트노런으로는 인정받지 못한 불운한 경우도 두 번이나 있었다. 롯데 박동희는 1993년 쌍방울과의 부산 경기에서 6회까지 무안타 무실점했지만 비로 강우콜드게임이 되면서 노히트 완봉승에 만족해야 했다. 삼성 배영수는 더욱 억울한 경우를 당했다. 2004년 현대와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연장 10회까지 볼넷 1개만 내줬지만 0-0으로 승부가 나지 않아 11회 권오준에게 마운드를 넘기는 바람에 10이닝 노히트란 진기록만 세웠다. 박동희는 정규 이닝인 9회를 채우지 못해, 배영수는 완투승을 하지 못해 노히트노런이 불발된 것이었다.

▶ 국내에선 없지만 노히트게임을 하고도 실점을 한 경우는 메이저리그에서 25번이나 있었다. 노히트 팀이 이긴 경우는 그 중 5번이나 된다. 1964년 켄 존슨은 9이닝을 던지며 1개의 안타도 내주지 않았지만 0-1로 진 유일한 투수다. 실책-땅볼-실책으로 내준 실점이었다. 1990년 앤디 호킨스는 8이닝 노히트 완투를 했지만 8회 볼넷 2개와 3개의 실책이 겹치며 무려 4실점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경기는 0-4 패배. 개인 최다 노히트게임은 놀런 라이언의 7차례. 조니 밴더 미어는 1938년 2경기 연속 노히트게임을 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장환수 스포츠레저부장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