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완 동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첫 번째 사건과 관련해 일본 아사히신문 보도에 따르면 이들 탈북자 9명 중 남성 한 명이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보고 한국을 동경해 탈북했다”고 탈북 동기를 밝혔다고 한다. 또한 “한국 등 다른 나라는 전기를 언제라도 쓰는 등 풍족하고 자유로운 생활이 가능하다고 국내 시장에서 들었다”고 한다. 한마디로 남한의 영화나 드라마를 비롯한 영상물이 북한 주민의 의식 변화는 물론이고 탈북의 주요 동기로 작용했다는 점이다. 한 끼의 식량을 걱정해야 하는 그들에게 영상물을 통해 본 풍요롭고 자유로운 남한은 분명 동경의 대상이 되었을 것이다.
두 번째 사건과 관련해 대북전단 단체 대표를 표적으로 테러 기도가 있었다는 점은 그만큼 북한 내부에서 대북전단을 비롯한 대북미디어가 북한체제에 위협요인이 된다는 점을 증명하는 것이다. 실제로 북한 당국은 그동안 대북전단 살포에 강경한 반응을 보였는데, 올해 초에는 임진각을 비롯해 대북전단 발원지를 직접 조준 사격할 것이라는 내용의 통지문을 우리 측에 발송하기도 했다.
이미 남한 영상물을 비롯한 외부 정보 유입 및 확산 과정에서 이전의 북한사회에서는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직업과 일자리 그리고 계층이 출현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정치적 성분에 따라 구분되던 계층구조가 이제는 남한 영상물의 판매자와 소비자로 만나게 되면서 사회적 경직성이 완화되고 있다. 또한 남한 말 따라하기, 헤어스타일, 패션 등 남한 스타일 모방은 남한에 대한 ‘동경’과 ‘선호’를 넘어 북한 정권에 대한 ‘저항’의 표시로 활용되기도 한다.
이처럼 북한 사회에서 대북미디어가 사회적 현상으로 확산되고 주민들의 의식 변화를 유인하고 있다면 그 확산의 속도와 범위를 가속할 수 있는 외부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제는 단순히 보내는 행위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는 수준을 넘어 대북미디어가 북한 주민들의 인권 개선은 물론이고 북한 사회의 변화를 촉진할 수 있는 수단이 되도록 효과적인 유입 방안과 콘텐츠를 마련해야 한다. 특히 대북미디어 수용자인 북한 주민들의 지역, 세대, 성별, 계층 등을 고려한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전략적 유입 방안을 민관이 함께 모색해야 할 것이다. 대북미디어 활동 지원을 통한 북한 주민들의 인식 개선이 곧 북한체제 변화의 지름길이라는 점을 되새기자.
강동완 동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