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명예 퇴진에도 공적 인정한인 축하객에 한국말로 “감사”
22일 찰스 랭걸 의원이 미국 워싱턴에 있는 롱워스 건물의 하원 세입위원회 회의장에서 열린자신의 초상화 제막식에서 감사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22일 세입위 회의장에서는 랭걸 의원의 초상화를 공개하는 행사가 열렸다. 축하객 500여 명이 회의장을 꽉 메운 가운데 열린 제막식에는 공화당과 민주당의 하원 지도부가 총출동했다. 한덕수 주미대사와 방미 중인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도 참석했다.
축하객의 대부분은 랭걸 의원의 지역구인 뉴욕에서 버스까지 전세 내어 도착한 ‘손님’들이었다. 1971년 유색인종이 많이 모여 사는 뉴욕 제15구역에서 하원의원에 당선된 후 ‘할렘의 아들(Harlem’s Son)’로 불리며 40년 동안 의사당을 지킨 역대 3위의 최장수 의원답게 흑인, 히스패닉, 유대인, 아시아계 축하객이 다양하게 참석했다.
하원 징계에도 랭걸 의원의 초상화가 의사당에 전시된 것은 그의 의회 내 영향력과 인간적 친화력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는 것이다. 할렘에서 봉제사였던 어머니 밑에서 태어나 어렵게 자란 그는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6·25전쟁에 참전해 큰 공을 세운 후 법대에 진학해 변호사로 일하다 하원에 진출했다. 그는 1980년대 중반 남아공에서 사업을 하는 미국 기업에 세금을 부과하는 일명 ‘랭걸 개정안’을 만들어 남아공 인종차별 철폐에 큰 공을 세우기도 했다.
랭걸 의원은 이날 흑인 커뮤니티 다음으로 한인 커뮤니티를 거명하며 감사의 뜻을 표해 눈길을 끌었다. 2009년 ‘한국전 참전용사 인정법안’ 입법을 주도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한국에 남다른 애정을 보여 온 그는 축하객 속에 섞여 있던 한인들을 가리키며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라고 외쳐 박수를 받았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