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실세 이름 줄줄이 폭로… ‘두고 볼수만 없다’ 판단한 듯
이국철 SLS그룹 회장이 22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관련 문건을 들고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과 현 정부 고위 실세 2명에게 금품을 건넸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검찰은 21일 이 회장이 처음 금품 제공 의혹을 폭로했을 때는 “수사 착수 자체가 사건을 불필요하게 부각시킬 수 있다”며 조심스러워했다. 하지만 이틀째 폭로에서 신 전 차관 외에 다른 정권 실세 이름까지 거론되자 방침을 바꿔 적극 대응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회장이 거명한 인사들이 현 정부 실세라는 점에서 조사가 늦어질 경우 서울시장 등 10월 재·보궐선거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회장의 주장이 구체적이긴 하지만 신빙성이 떨어지는 점도 있어 수사를 통해 의혹을 서둘러 확인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이 이 회장에 대한 전격 소환 조사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검찰은 이 회장이 전날 기자들과 만나 “신 전 차관이 SLS그룹 해외법인의 법인카드를 쓰고 서명한 전표가 있다”고 주장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다른 금품 전달 주장과 달리 이 자료는 폭로 내용의 신빙성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 회장은 이 자료를 검찰에 제출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날 조사에서는 제출하지 않았다.
이 회장 폭로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신 전 차관에 대한 소환 조사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신 전 차관에 대한 출국금지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재까지 폭로 내용으로는 그가 돈이나 향응을 제공했다는 다른 인사들로까지 연결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품을 제공했다는 주장이 사실로 드러난다 해도 신 전 차관 등 당사자들을 형사처벌하기 위해선 금품 제공의 대가성을 밝혀야 한다. 이 회장은 “(신 전 차관과) ‘형님 아우’ 하는 사이이고 그런 수준도 뛰어넘는 관계”라며 대가성은 부인하고 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