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 공식대응 자제속 여론 향방 주시
한나라당은 23일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 등 현 정권 실세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이국철 SLS그룹 회장의 주장에 대해 공식적인 대응을 하지 않았다. 본인의 주장만 있는 사안인 만큼 검찰 수사에서 밝혀져야 할 것이란 태도다. 다만 내부적으론 여론이 악화일로에 있어 답답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검찰 수사를 받다가 궁지에 몰린 사람의 일방적인 주장만 있을 뿐인 상황이다. 그걸 가지고 한나라당이 고발을 할 수도 없고 수사하라고 촉구할 수도 없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이 회장은 지난달 권재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때도 “민정수석비서관이었던 권재진 씨의 무리한 기획 수사로 회사가 부도 위기에 처했다”며 황당한 주장을 한 적이 있어 기본적으로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이 회장이 K 씨와 I 씨 등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들까지 거론하자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민주당 측이 이 회장과 공모해 이번 사건을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까지 끌고 가려 한다는 얘기가 있다”고 의심했다.
당내에선 막상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또 이 회장의 입에서 다른 여권 인사들의 이름이 무차별적으로 나올 수 있다며 촉각을 곤두세웠다.
반면 민주당은 “검찰은 주저 없이, 성역 없이 수사에 착수하라”며 대대적인 총공세에 나섰다. 손학규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청와대와 정권 핵심발(發) ‘부패 쓰나미’가 국민의 아픈 마음을 강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공정하고 엄정한 수사만이 검찰의 사명임을 잊지 않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서울시장 경선 후보인 박영선 의원 측은 7월 말 이 회장이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 비리를 입증할 자료가 있다며 찾아왔었다고 밝혔다. 박 의원 캠프 김형주 대변인은 “현재 제기되고 있는 사안을 확인할 수 있는 상당히 신빙성 있는 자료인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박 의원이 아직 공개되지 않은 모종의 자료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은 ‘이명박 정권의 권력형 비리 진상조사특위’를 구성해 임기 말 부패와 비리에 대해 엄정히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신 전 차관을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의 국감 증인으로 채택할 것을 주장했지만 한나라당은 검찰이 수사할 사안이라며 반대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