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으론 1500선 붕괴”큰손들도 “더는 못 버티겠다”
검은 금요일 한국 금융시장도 글로벌 경제의 위기감을 피해 가지 못했다. 23일 주식시장은 전날보다 103.11포인트(5.73%) 떨어진1,697.44로 장을 마감해 ‘검은 금요일’이 재연됐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검은 금요일’이 재현된 23일 주식시장은 공포에 완전히 지배당한 채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긴 ‘여정’을 겨우 마쳤다. 투자자, 펀드매니저, 증권분석가 등 증권시장 참여자 모두가 이날 주가 폭락으로 치명적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심리적으로는 1,500 선이 붕괴된 것’이라는 절규도 있었다. 한 증권사 투자전략팀장은 “기관투자가로부터 하루 종일 100통 넘는 전화를 받았다”며 고개를 절래 흔들었다.
이날 주가 폭락은 22일(현지 시간) 미국 유럽 증시가 폭락하면서 어느 정도 예견된 상태였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미국 경제와 세계 금융시장에 대해 심각한 하강 리스크가 있다고 언급한 데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무디스 등 글로벌 신용평가회사들이 미국 유럽지역의 은행들에 대해 잇달아 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전날 미국과 유럽증시는 3∼5%대의 폭락세를 보였다.
유럽의 재정위기가 미국의 경기침체를 더 깊게 할 수도 있다는 점을 깨달으면서 투자자들의 두려움이 깊어졌다는 것이다. 세계 최대 채권 운용사 핌코의 무함마드 엘에리언 최고경영자(CEO)는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e메일에서 “FRB의 경기하락 리스크 전망으로 시장이 타격을 입었다”며 “FRB의 국채 매입이 국채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지만 경기 회복에 있어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투자자들이 인식했다”고 말했다.
이원선 토러스투자증권 투자전략부 이사는 “위기가 전염되는 게 확인될 경우 외국인들이 신흥국 투자에서 발을 뺄 수 있다”며 “외국인들이 한국 채권시장에서도 발을 빼면 금융시장이 더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서도 희망을 찾으려는 투자자의 움직임도 있었다. 분할 매수를 통한 저가 매수에 나서기도 하고, 환율이 급등한 틈을 타 외환거래 계좌개설 문의가 늘어나는 분위기라는 것. 실제로 이날 외국인과 기관이 모두 순매도한 반면 개인은 9075억 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용택 KTB투자증권 매크로팀 상무는 “29일 독일 의회에서 유로안정기금(EFSF) 증액안이 통과되면 시장이 다시 안정을 찾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