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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유럽發 금융위기]글로벌 은행들 신용강등 릴레이 “끝이 안보여”

입력 | 2011-09-24 03:00:00

伊-그리스은행도 무더기 하향… 美-유럽 금융사 추가 강등 전망
한국 은행들 리스크도 2배 커져




미국과 유럽 은행들의 도미노 신용등급 강등이 세계경제에 예측불허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세계경제의 동맥 역할을 해온 이 은행들이 부실화하면 신용경색이라는 경로를 타고 글로벌 실물경제 전체에 치명타를 안길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는 23일에도 그리스 은행 8곳의 장기 신용등급을 두 단계씩 강등했다. 전날 미국 최대 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씨티그룹, 웰스파고 등 3대 은행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린 지 하루 만이다. 또 다른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전날 메디오방카 등 이탈리아 7개 은행의 신용등급을 일제히 하향조정했다.

신용등급 강등 릴레이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 유럽계 은행들이 그리스 등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로존 회원국들이 발행한 국채 투자에서 엄청난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유럽 금융회사들이 그리스에서 600억 유로, 아일랜드와 포르투갈에서 총 800억 유로, 벨기에 이탈리아 스페인 등에서 총 1200억 유로 등 최대 3000억 유로의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글로벌 주요 은행의 무더기 신용등급 강등은 해당국 정부의 재정부담을 가중시키는 한편 다른 금융회사들의 연쇄 부실화를 초래하면서 세계 경제에 일파만파의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무엇보다 부실이 커진 주요 은행들이 국제결제은행(BIS)의 자기자본비율 등 최소한의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일제히 유동성 확보 경쟁에 나서면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 신용경색이 초래된다. 이렇게 되면 체력이 약한 순서부터 기업의 현금흐름이 압박받게 되고 최악의 경우 도산이 속출하는 등 실물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기업 도산은 부실채권이라는 부메랑으로 금융시장에 되돌아가 위기를 확대 증폭시킨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요 경로는 환율을 통해서다. 글로벌 은행들이 달러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 외환시장에서 일제히 자금을 회수하고 나서면 원화가치가 폭락해 외화조달 차질, 수입물가 급등, 수출채산성 악화 등 다양한 경로로 경제 전반에 충격을 미친다.

국내 은행들은 유럽계 자금 의존도가 높긴 하지만 일단은 충격에서 비켜나 있다는 게 정부 당국의 시각이다. 8월 말 현재 국내 은행의 단기외채 차환율은 157.4%로 외화자금 조달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차환율이 100%가 넘으면 만기가 돌아오는 것보다 더 많이 빌렸다는 의미다. 외화유동성 부채 대비 자산 규모를 나타내는 외화유동성비율도 100.1%로 당국의 기준치(85%)를 웃돌고 있다. 하지만 위기가 길어지면 국내 은행도 위기 영향권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당장 7개 시중은행의 부도 위험 수준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는 지난달 1일 121bp(1bp=0.01%)에서 22일 217bp로 두 배 가까이로 뛰었다.

세계 경제가 위기의 소용돌이 속으로 점점 말려들고 있지만 뾰족한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문제를 해결해야 할 정부가 문제의 주범인 데다 국가마다 이해관계가 달라 글로벌 공조도 쉽지 않다. 급하면 2년 전처럼 달러를 찍어내 금융권에 수혈할 수도 있지만 이는 주기적으로 위기를 확대 재생산하는 대증요법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상처가 곪아 터지기를 기다리기에는 감당해야 할 파장이 너무 크다. 오석태 SC제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한마디로 정부가 나서 대공황을 극복했던 케인스식 해법이 한계에 봉착한 상황”이라며 “고통을 감수하더라도 부실을 도려내고 새 출발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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