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응력 떨어지는 中企 더 긴장
환율 급등의 직격탄을 맞는 곳은 항공, 해운 분야다. ‘기름 먹는 하마’인 항공기와 수송선의 연료비가 치솟기 때문이다. 항공업계는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연간 손실액이 대한항공 600억 원, 아시아나항공 70억 원 이상 커질 것으로 추산했다. 식품업계도 가뜩이나 높은 국제 곡물가격의 수입단가가 더 높아지는데도 정부의 물가안정 압박 때문에 제품 가격을 올리기가 쉽지 않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원유를 전량 수입하는 정유업계는 환율이 오르면 손실이 당연히 커지지만 가공한 정제유를 수출할 때 얻는 이익도 커지기 때문에 손실을 만회할 수 있다. SK에너지 관계자는 “환율 변동에 노출된 외화부채가 23억∼25억 달러 정도여서 환율이 10원 오르면 원화 기준으로 빚이 250억 원 정도 늘어나지만, 올해 상반기를 기준으로 수출이 전체 매출의 60%가 넘기 때문에 환율 상승에 따른 손실을 수출이 상쇄해 큰 손해는 없다”고 설명했다.
전자·정보기술(IT)은 수출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해외생산 비중이 높은 휴대전화와 TV는 달러 결제 비중이 높아 반사이익을 톡톡히 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환율이 10원 오르면 연간 3000억 원 정도의 영업이익 상승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정몽구 회장이 직접 지휘하는 글로벌 종합상황실을 통해 시장상황 변동에 따른 즉각적인 대응을 위해 24시간 모니터링 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원자재가 상승은 부담스럽지만 생산물량의 70% 이상을 수출하기 때문에 매출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환율이 급변할 때 상대적으로 방어능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분이 납품가에 바로바로 반영되지 않으면 손실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기도의 한 전자부품업체 사장은 “중소기업들은 환헤지(환율 위험 회피) 기법을 잘 몰라 환율이 오르면 고스란히 원자재 수입가 상승분을 떠안는 곳이 많다”며 “2008년 환율이 달러당 1600원대까지 치솟았을 때처럼 중소기업계가 또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