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는 연속 두 번 재임한 대통령은 많지만 공백기를 거쳐 두 번 대통령을 지낸 사람은 스티븐 그로버 클리블랜드(1837∼1908)가 유일하다. 그는 1888년 선거에서 총 득표는 이기고 선거인단 수에서 뒤져 재선에 실패했다. 그의 부인은 1889년 백악관을 떠날 때 직원들에게 “백악관 가구와 장식을 지금처럼 잘 보존해두세요. 4년 후 우린 돌아옵니다”라고 말했다. 클리블랜드는 1892년 대선에서 이겨 백악관에 돌아갔다. 빌 클린턴도 종종 재출마설이 나돌았다. 2008년 민주당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이 패한 이유가 ‘클린턴 3선’에 대한 반감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브라질에서는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전 대통령의 2014년 컴백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90%에 가까운 지지율을 뒤로 하고 퇴임한 룰라의 복귀가 거론되는 이유는 후계자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의 무능 탓이 크다. 1959년부터 31년 동안 총리를 지낸 싱가포르 건국의 아버지 리콴유는 2004년 8월부터 3대 총리가 된 아들 리셴룽 내각의 ‘선임장관’으로 사실상 섭정(攝政)을 했다.
▷2008년 5월 블라디미르 푸틴(59) 당시 러시아 대통령은 정치적 제자에 가까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46) 제1부총리에게 권력을 넘겨줬다. 푸틴은 대학 12년 후배이자 동향 출신인 메드베데프를 1990년 처음 만났고 가는 곳마다 메드베데프를 ‘부관(副官)’으로 곁에 뒀다. 보스 기질이 강한 푸틴을 추종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결국 푸틴은 자신을 아버지처럼 모시는 메드베데프를 가장 믿은 모양이다.
하태원 논설위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