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일 치솟는 환율에 신음하는 사람들
특히 이달 들어 원화에 대한 엔화 가치는 10.0%나 급등해, 달러(9.3%)보다 더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23일 기준 원-엔 환율도 100엔당 1529원으로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때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2008년 10월의 1544원에 육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엔화 대출자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엔화 대출의 금리 구조는 ‘외화채권 가산금리+리보금리(런던 은행 간 금리)+개별 가산금리’로 이뤄져 있다. 유럽발 재정위기와 미국 신용등급 강등 여파로 최근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외화채권 가산금리와 리보금리가 급등하자 엔화 대출을 받은 사람들의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것이다.
서울 강남구에서 개업의로 활동하고 있는 50대 후반의 연모 씨는 원-엔 환율이 100엔당 840원대였던 2006년 8월 한 시중은행에서 2억 원을 대출받았다. 당시 금리는 연 1%대 후반이었고 매달 납부해야 할 이자는 30만 원대에 불과했다. 하지만 현재 그는 매달 140만 원이 넘는 이자를 내고 있다. 원-엔 환율이 1520원대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연 씨는 “2008년 리먼 사태 당시 월 170만 원에 이르는 이자를 냈는데 지금 형편이 그때와 다를 게 없다”며 “아직 원금도 못 갚았는데 이자 걱정 하느라 날밤을 새우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유학생 자녀를 둔 부모나 기러기 아빠들도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미국에 고등학생 자녀 1명을 유학 보낸 40대 주부 김모 씨는 “7월 말과 비교할 때 원-달러 환율이 120원이나 급등했다”며 “1년에 학비와 생활비가 5만 달러가량 드는데, 불과 2개월 새 600만 원의 부담이 늘어난 셈”이라면서 “이런 식으로 환율이 상승하면 아이를 귀국시켜야 할지 모르겠다”며 울상을 지었다. 캐나다에 대학생과 고등학생 자녀 각각 1명을 유학 보낸 40대 후반의 직장인 김모 씨도 “캐나다달러 가치가 9월 초보다 89원 상승하면서 연간 400만 원 이상을 더 부쳐야 한다”면서 “개강을 앞두고 있어 교재 구입 등 아이들이 쓸 돈이 많은데 어떡해야 할지 막막하다”며 한숨을 지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