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때 필리핀에서 숨진 일본인의 유골 회수 작업을 벌이고 있는 일본 정부가 3년 전부터 필리핀 사람들의 유골을 다수 가져갔다는 의혹이 제기돼 양국 간 외교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가 필리핀 정부에 유골 수집 작업이 날림으로 진행됐다는 점을 인정했으며, 조상의 유골을 도난당한 필리핀 주민들이 일본에 배상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25일 보도했다.
일본 정부에 따르면 2차대전 때 필리핀에서 숨진 일본인은 51만8000명이며 이 가운데 약 38만 구의 유골을 찾지 못한 상황이다. 유골 수습을 직접 해 온 후생노동성은 2009년 필리핀 현지 주민의 증언을 토대로 유골을 수집하겠다고 제안한 도쿄 소재 한 시민단체에 유골 수집 사업을 위탁했다. 이 시민단체는 주로 필리핀 중부와 북부 지역에 직원을 보내 주민들에게 일당을 주고 유골을 수집해왔다. 이전까지 연간 수십 구에 불과했던 유골 수집 건수는 2009, 2010년 두 해 동안 1만7000구로 급증했다.
하지만 필리핀 현지에서 주민들의 민원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묘지에 매장됐던 조상의 유골을 도난당했다”는 진정이 잇따른 것. 이들이 도난당했다고 주장하는 유골은 1000구 이상이다. 이 소식을 들은 일본의 전몰자 유족들도 유골 수집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