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도가니’가 개봉했다. 작가 공지영 씨의 소설이 원작인 이 영화는 청각장애인학교에서 일어난 아동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영화관을 나설 때 가슴이 답답했다. 남의 일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명절마다 시골에 내려가면 희끗희끗한 머리의 두 모자가 나를 반겨준다. 바로 외할머니와 외삼촌이다. 외삼촌은 지적장애 2급이다. 막내인 어머니가 7세일 때쯤부터 아팠다고 한다. 다른 자식들은 떠나 두 분이 함께 집을 지키며 살고 계신다.
어렸을 적 ‘고추 집 딸내미’로 불렸던 어머니의 별칭처럼 외할머니는 고추농사를 지어 홀로 자식들을 키우셨다. 이제 쉴 만도 한데 아직도 매년 봄이면 밭에 고추를 심으신다. 그만두시라는 만류에도 할머니는 묵묵히 일을 하신다. 바로 외삼촌 때문이다.
비단 나의 가족뿐만이 아니다. 보호자 없이 생계를 이어나가기 힘든 장애인들이 우리 사회에는 많다. 그들과 그들 가족의 바람은 거창하지 않다. 마음 편하게 생활하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잠깐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가 아닌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다가오는 겨울이 장애인들에게 예년보다는 좀 더 따뜻한 시간이 될 수 있길 바란다.
권소희 고려대 미디어학부 1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