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삶을 살고 싶단 욕심… 공부 욕심으로 이어졌죠”
《자율형사립고인 서울 선덕고 1학년 한원호 군(16)은 차분하고 진지한 ‘생각쟁이’다. 낮이든 밤이든 한번 생각에 빠지면 생각의 꼬리가 연결돼 30∼40분은 후딱 지나간다. 뭘 그리 골똘히 생각하는 걸까. “요즘엔 미래에 가지게 될 직업을 생각해요. 어떤 직업을 가져야 후회 없는 인생을 보낼 수 있을지….”》
서울 선덕고 1학년 한원호 군. 그는 ‘내가 왜 공부를 해야 하는 걸까’ ‘나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를 골똘히 생각하면서 성적이 향상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중학교 성적은 전교생 300여 명 중 약 60등. 나쁜 성적은 아니었지만 더 잘하고픈 욕심도 없었다.
“학원에 있는 시간 외엔 스스로 공부한 적이 없었어요. 하고 싶은 일도 없었고, 다가올 내일이 궁금하지도 않았어요. 왜 내가 공부하고 성적을 올려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내 삶에서 내가 특별히 원하는 건 뭐지? 있다고 한들 난 그걸 실천할 용기가 있을까?’
안 원장처럼 자신만의 ‘특별한 가치’를 위해 살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되었다. 또 다른 계기도 있었다. 중3이 끝날 무렵, 아버지가 한 군을 안방으로 부르셨다. 한 군은 불안했다. 한 군도 아버지도 영 무뚝뚝한 성격이라 아버지와 단 둘이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를 나눈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게임만 해서 크게 혼나겠구나’란 생각으로 문 손잡이를 돌렸어요.”
아버지는 방 한가운데 앉아계셨다. 고개를 푹 숙인 한 군의 귓가에는 예상 외로 차분하고 나지막한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버지의 진솔한 말씀은 자식의 마음속에 큰 울림을 만들었다. 진로와 인생에 대한 한 군의 고민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한 군은 우선 이른바 ‘좋은 대학’에 가야겠다고 결심했다.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고 귀감이 되는 ‘특별한 삶’을 살려면 상대적으로 많은 기회를 제공받을 만한 대학에 가야 한다는 판단에서였다. 공부에 목표와 욕심이 생겼다. 게임은 자연스럽게 한 군의 손을 떠났다.
고등학교 입학 직전 치른 반 배치고사 성적은 전교생 384명 중 80등. 중학교 때와 큰 차이는 없는 성적이었지만 한 군의 내면에는 ‘더 좋은 성적을 올리고 싶다’는 욕심이 처음으로 생겼다. 공부방법의 변화가 필요했다.
학원에 의존하는 대신 학교에서 나눠준 ‘학습 스케줄러’를 이용했다. 하루를 오전, 오후, 저녁으로 나눠 시간대에 맞는 공부계획을 세웠다. 제 스스로 계획을 짜 실천해 본 일이 없으니 처음에는 시행착오도 많았다. 하루에 국어, 영어, 수학과 더불어 암기과목을 공부하겠다는 ‘허황된’ 계획을 스케줄러에 적어 넣기까지 했으니까.
난생 처음 질문도 던지기 시작했다. 자습시간은 물론이고 쉬는 시간에도 교무실을 찾아가 선생님을 질문으로 괴롭혔다. 같은 반 1등 친구도 한 군의 집요한 질문공세를 피해갈 수 없었다. 모르면 물었다. 가르쳐주면 배웠다. 내 것이 될 때까지 반복했다.
이윽고 5월 월례고사(교내 국어, 영어, 수학시험). 한 군은 기적 같은 순간을 맛보았다. 전교 1등. 6월 전국연합학력평가에선 전교 7등(국어, 영어, 수학 기준)이었다.
“중요한 건 공부 환경도 습관도 아니었어요. 바로 마음가짐이었어요. 마음이 흔들릴 때면 ‘나는 왜 공부를 하지?’ ‘어차피 한 번뿐인 삶, 난 보람되게 살고 있을까?’처럼 본질적인 질문을 나 스스로에게 던지면서 마음을 다잡았어요.”
안철수 원장처럼 진로를 한 곳에만 한정시키고 싶지 않다는 한 군. 지금 순간에도 그는 미래 모습을 상상하고 또 상상한다.
“선생님이 해주시는 다양한 직업 소개를 듣고, 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미래에 대한 생각이 더 넓고 유연해졌어요. 현재 관심 있는 컴퓨터나 정보기술(IT) 분야 외에도 최고경영자(CEO)나 과학자처럼 다른 가능성도 항상 열어놓고 있어요. 진로에 대해 더 생각하고 더 꿈꿀 겁니다.” 한 군의 도전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장재원 기자 jj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