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 영사는 주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관에 근무하던 1996년 10월 자신의 아파트 계단에서 살해됐다. 그는 당시 머리 뒷부분을 둔기로 얻어맞은 듯 심한 두개골 손상을 입은 채 쓰러져 있었다. 몸에선 북한 공작원이 만년필 독침에 주로 사용하는 독극물이 검출됐다.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아파트 안에 수상한 남성 2, 3명이 그의 귀가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최 영사는 당시 북한의 달러 위조와 마약 밀매를 추적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국내외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보리스 옐친 당시 러시아 대통령이 철저한 수사를 지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공언과 달리 이를 단순 강도사건으로 종결지으려 한다는 비판을 받았고, 끝내 범인을 잡지 못해 아직도 미제사건으로 남겨놓은 상태다. 다음 달이면 이 사건의 공소시효(15년)가 만료된다.
다른 당국자는 “과학수사의 발달로 수십 년 지난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기도 하는 만큼 15년이 지났다고 해서 진상규명 가능성이 없어졌다고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