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신 교육복지부 기자
행복한 상상이다. 하지만 모두가 이 상상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올해 3월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학부모 3명 중 1명은 주5일 수업제에 반대했다. 이들은 토요일에도 일을 해야 하는 저소득층이거나 비정규직, 영세자영업자다.
토요 휴일을 부모와 보내지 못하는 아이들이 가는 곳이 지역아동센터다. 전국 3800여 센터의 절반 정도가 월 1∼4회 토요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때문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명순 의원(한나라당)에 따르면 센터 이용자의 86.3%가 기초생활수급가정 또는 차상위계층 등 저소득층이었다.
게다가 2010년 이후 설립된 478개 센터 중 절반인 238개에 대해서는 아예 예산을 배정하지 않았다. 지역거점센터와 야간보호·특수아동을 위한 센터로 운영하는 특수목적형 지역아동센터는 500개에서 800개로 늘릴 예정이었지만 예산을 책정하지 않았으니 언제 시행될지는 미지수다.
현장에서는 부모가 방치하는 빈곤 아이들이 점점 갈 곳이 없어진다는 걱정이 들려온다. 그도 그럴 게 다른 부처의 청소년 사업도 비슷한 상황이다. 여성가족부는 전국 200개소에서 격주로 운영 중인 청소년 방과 후 아카데미를 매주로 늘리는 계획을 세웠지만 부처 예산이 줄어 이 사업 예산 계획을 세우지도 못했다.
돌봄교실과 방과후학교 확대를 추진 중인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사용할 수 있어 상황이 그나마 나은 편이다. 하지만 빈곤 가정 아이들만 토요일에 학교를 가게 됐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낙인 효과’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에 대한 배려가 보이지 않는다.
강 의원은 주5일 수업에 대비한 주무 부처 3곳의 협력이 없다고 말했다. 굳이 이 지적이 아니더라도 정부는 왜 이 정책들이 비판을 받는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주5일 수업제 전면 시행을 추진하며 빈곤가정 아이들의 처지를 얼마나 고려했는지 묻고 싶다. 지금 이 순간, 무심한 정책에 상처 입을 그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려볼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