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노의 음식이야기]족발

“동물의 정기 발에 모인다”…과거엔 최고급 요리 대접

한국인 대부분은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족발을 좋아한다. 특히 여자들이 족발을 많이 찾는다. 입덧이 심해 제대로 먹지 못하는 임신부가 식욕이 당긴다며 한밤중 남편을 깨워 사오라는 음식 목록에 족발이 빠지지 않는다. 물론 술안주로도 좋고 식사나 간식으로 출출할 때 먹어도 맛있다.

예전 족발은 서울의 장충동이 유명했고 재래시장에서 주로 볼 수 있었지만 언제부터인가 대형 마트에도 진출했으니 그만큼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는 이야기가 되겠다. 사실 족발을 즐겨 먹은 것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지금은 여러 족발 중에서 돼지 족발의 인기가 가장 높을 뿐이다.

지금은 족발이 주로 재래시장의 서민음식 또는 거리음식으로 인기를 얻고 있지만 옛날 사람들은 동물의 정기가 발에 모인다고 여겼기 때문에 과거에는 족발이 최고급 요리로 대접받았다. 족발의 종류도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했으니 돼지는 물론 닭, 소, 심지어 곰, 사슴, 낙타의 발바닥까지 요리를 했다.

여러 종류의 족발 중에서 진짜 유명한 것은 곰 발바닥인 웅장(熊掌)이다. 지금은 먹을 수도 없고 또 먹어서도 안 되는 요리지만 먼 옛날부터 여덟 가지의 진귀한 식품으로만 만들었다는 산해진미인 ‘팔진미’ 중 하나로 꼽혔던 음식이며 유교의 성현인 맹자도 극찬했던 음식이다. 사서삼경 중 하나인 ‘맹자(孟子)’에 물고기도 먹고 싶고 곰 발바닥도 먹고 싶지만 둘 다 먹을 수 없다면 물고기를 버리고 곰 발바닥을 먹겠다는 구절이 있다. 맹자가 식탐에 빠진 식도락가여서 한 말이 아니니 핵심은 다음 구절에 있다. “사는 것도 중요하고 의로운 것도 중요한데 둘 다 선택을 할 수 없다면 목숨을 버리고 의로움을 택하겠다”고 했다.

생선을 그저 생명을 부지하고 사는 것, 곰 발바닥은 의롭게 사는 것에 비유한 말이니 생선이 평범한 음식이라면 곰 발바닥은 산해진미로 값진 요리라는 뜻이 되겠다.

우리나라에는 낙타가 없으니 낙타가 아예 요리의 대상이 되지 않았지만 중앙아시아인 서역에서는 낙타 발바닥 역시 유명한 요리 재료다. 실크로드를 따라 서역과 교류가 많았던 당나라 때도 낙타 발바닥은 최고의 음식이었는데 두보의 시에는 당 현종과 양귀비가 지금의 중국 시안(西安)에 있는 화청궁에서 낙타 발 요리를 즐겨 먹었다고 나온다. 낙타 발바닥 요리는 재료를 부드럽게 만든 후 마늘과 파로 양념을 하고 전복 즙으로 조려서 버섯과 죽순을 넣어 맛을 더한다고 했으니 재료만 놓고 봐도 고급이다. 중앙아시아에서는 지금도 귀한 손님이 왔을 때 대접하는 요리이니 우리가 안 먹는다고 편견을 가질 필요는 없겠다.

대부분의 족발은 깊은 맛에 쫄깃쫄깃한 식감이 일품인데 옛날 사람들은 돼지 족발의 맛이 산해진미라는 곰 발바닥 요리와 가장 비슷하다고 했다. 지금 우리가 우족보다 돼지 족발을 즐겨 먹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 같다.

맛도 맛이지만 할머니들은 산모가 아이를 낳고 젖이 나오지 않을 때는 족발을 구해 푹 고아 먹이면 거뜬히 해결된다고 했다. 그저 속설로 전해져 내려오는 말이 아니라 우리 의학서인 ‘동의보감(東醫寶鑑)’이나 명나라의 ‘본초강목(本草綱目)’에도 적혀 있다. 산후 기혈이 부족할 때 처방을 했으니 족발에 정기가 모여 있다는 말이 틀리지 않는 것 같다.

<음식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