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별 판세
동아일보가 25, 26일 코리아리서치센터(KRC)에 의뢰해 서울시민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다.
그동안 박 변호사의 행보를 속수무책으로 지켜봤던 여야 정치권이 각 당 후보를 결정하는 등 본격적으로 움직인 데 따른 결과로 보인다. 여기엔 박 변호사에 대한 정치권의 각종 검증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서울시장 선거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각각 범여권, 범야권 후보로 가장 높은 선호도를 보인 나 최고위원(44.0%)과 박 변호사(45.6%) 간의 양자 대결은 그야말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혼전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양자 대결이 아닌 여야 후보 모두를 대상으로 한 선호도 조사에선 나 최고위원(34.1%)이 박 변호사(32.2%)를 오차범위 내에서 근소하게 앞서기도 했다.
특히 서울시민들의 거주 지역, 직업 등에 따라 지지층이 분명히 나뉘었다.
서울 지역을 △강북 서 △강북 동 △강남 서 △강남 등 4구역(표 참조)으로 분류했을 때 나 최고위원은 강남과 강북 서에서, 박 변호사는 강북 동과 강남 서에서 우위를 보였다. 강남구 서초구가 있는 강남은 전통적인 한나라당 강세 지역이고, 강북 서는 강북권 중 다수의 한나라당 현역 의원이 포진하고 있는 곳이다. 나 최고위원의 지역구인 서울 중구도 강북 서에 해당한다. 반면 박 변호사는 강북 동과 강남 서 등 전통적인 야권 강세 지역에서 나 최고위원을 앞섰다.
직업별로는 나 최고위원이 주부들에게서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얻었고 박 변호사는 사무직 종사자 등 화이트칼라, 학생들에게 더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지 정당에 따른 ‘충성도’는 비슷한 수준이었다. 한나라당 지지자 중 나 최고위원 지지율은 77.3%였고, 민주당 지지자 중 박 변호사를 찍겠다는 서울시민은 78.2%로 나타났다. 결국 선거전이 본격화되면 기존 지지층을 끌어안기 위한 여야 간 전면전이 불가피함을 보여주고 있다.
나 최고위원(49.9%)이 박영선 의원(38.9%)을 11.0%포인트 앞선 여성 간 양자 대결에서도 거주지역 간 지지율 차가 확연히 드러났다. 다만 나 최고위원은 박 변호사보다 우위를 보인 강북 서, 강남은 물론이고 박 변호사에게 뒤졌던 강남 서에서도 오차범위에서 박 의원을 이겼다. 강남 서는 박 의원의 지역구(서울 구로을)가 포함된 곳이다. 정당별 지지도는 한나라당 성향의 시민 중에서 나 최고위원 지지율이 83.3%, 민주당 지지자 중에서 박 의원을 선택하겠다는 비율이 76.9%였다.
한편 보수성향 시민·사회단체 후보로 나선 이석연 변호사는 야권 후보로 누가 나서든 서울 시내 4개 구역에서 모두 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후보’끼리 맞붙을 경우 보수 측의 이 변호사(25.9%)는 진보 측의 박 변호사(57.6%)에게 크게 밀렸다. 이 변호사(27.6%)는 박 의원(54.3%)과의 대결에서도 한참 뒤졌다.
한나라당 지지자의 이 변호사에 대한 ‘충성도’는 나 최고위원에 비해 그리 높지 않았다. 박 변호사와의 양자대결에서 한나라당 지지자 중 이 변호사를 찍겠다는 응답은 46.4%에 그쳤다. 반면 민주당 지지자 중에서 박 변호사를 찍겠다는 응답은 86.0%로 압도적이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