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죽음준비 교육 등 평소 대비해야
서울대병원 허대석 교수팀이 올해 2월에서 7월까지 내과에 입원해 암으로 사망한 172명을 분석하니 10명 중 9명가량(89.5%)이 대표적인 연명치료인 심폐소생술을 거부했다. 사전의료 의향서가 도입되면서 이처럼 연명치료 거부 추세가 증가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의 조사에 따르면, 사전의료 의향서의 99%는 환자 본인이 아니라 환자 가족이 작성했다. 의향서 작성 시점도 대부분 임종 1주일 전 무렵. 환자가 의식을 잃고 사경을 헤맬 때가 돼서야 연명치료 거부를 환자 대신 가족이 결정한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가족이 환자에게 병의 진전 상태를 정확하게 말하지 않는 사례가 많아 환자 본인은 자신의 임종을 모른 채 죽는다.
이코노미스트 산하 연구소 EIU에 따르면, 우리 사회 죽음의 질은 주요 40개국 중 32위의 최하위권으로 평가됐다. 임종 직전 받을 수 있는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고, 품위 있는 죽음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이 크게 부족하다는 것이다. 자살률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1위로, 자살대국인 일본을 넘어섰다. 호스피스 이용률도 싱가포르 85%, 홍콩 65%이지만 우리는 임종 암환자 중 6%만 호스피스의 보살핌을 받을 정도로 죽음에 대한 거부감이 사회에 만연되어 있다.
심폐사와 뇌사를 중심으로 죽음을 이해하는 의료현장에서는 죽으면 모든 게 끝나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하지만 심폐사와 뇌사는 의학적 죽음이해, 혹은 죽음 판정의 의학적 기준뿐이지 결코 죽음의 정의(定義)가 될 수 없다. 성경과 불경에서도 인간이 육체만의 존재, 죽으면 다 끝난다고 말한 곳이 한 번도 없다. 생사학을 창시했던 퀴블러로스는 죽음이 끝이 아니라는 것은 상식이라고 말한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육체적·사회적·정신적·영적의 4가지 측면에서 건강을 말하고 있으므로, 죽음도 이 4가지 측면에서 접근하는 자세가 바람직하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바람직한 생사관 정립을 외면하고 육체의 죽음, 연명치료 중단 여부에 초점을 맞춘 채 의학적 법률적 논의만 반복하고 있다.
오진탁 한림대 철학과 교수 생사학연구소장
오진탁 한림대 철학과 교수 생사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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