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 저축은행 영업정지가 내려지기 일주일여 전인 9일. 서울 마포구에서 만난 50대 아주머니는 같은 건물에 있는 한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영업점을 어찌할 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번갈아 들락날락하고 있었다. 그는 “저축은행에 맡겨둔 예금이 만기가 돼 은행에 맡기려니 금리가 2%나 차이 난다”며 “주식도 모르고 은행 이자만 바라보고 사는데 은행에 두자니 손해 보는 느낌”이라고 주저했다. 그는 잠시 후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어디 가서 매달 이자를 이만큼 받느냐”며 설득했고 결국 저축은행 예금을 찾지 않고 다시 예치하기로 결정했다. 18일 다행히 이 저축은행은 영업정지의 칼날을 간신히 피하긴 했다.
이 아주머니처럼 다른 예금자들도 저축은행에 대한 미련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듯하다.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된 이후 예금 인출 사태가 있었지만 곧 안정을 되찾았다. 23일에는 전날 가지급금을 돌려받은 고객들이 다시 다른 저축은행에 돈을 맡기면서 전체 저축은행 예금이 증가세로 돌아서기도 했다.
고객들의 이런 행동에 대해 저축은행 업계는 안도함과 동시에 ‘그럴 줄 알았다’는 자신감까지 내비치는 분위기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에 비하면 업계 평균 금리가 여전히 1% 이상”이라며 “한번 저축은행에 돈 맡겨봤으면 다른 데 못 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말처럼 어려운 경제상황에 한 푼의 이자라도 아쉬운 고객들은 저축은행을 쉽사리 버리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부실경영으로 빚어진 고객 피해를 눈으로 보고도 자기반성 없이 예금자들의 복귀를 당연히 받아들이는 업계의 모습은 씁쓸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언제까지 5000만 원인 예금자보호한도를 내세우며 무책임하게 예금을 끌어모을 것인가”라며 “저축은행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젠 고객들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예금금리 높게 주면 순식간에 달려들던 예금자들이 이제 ‘회사가 위험하니 무리하게 예금 끌어모으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번 영업정지 사태 이후에도 진정 서민들을 위한 금융회사로 거듭나지 못한다면 국민의 신뢰를 영영 되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위기감이 절실한 때이다.
김철중 경제부 기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