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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놀자!/나의 NIE]전형준 단국대 연구교수

입력 | 2011-09-29 03:00:00

잘 다듬어진 기사는 한 편의 작품
사람에 감동 주고 사람을 변화시켜




“저 사람의 생각을 내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을 가졌다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할 것 같다. 아니, 누구라도 가정이나 직장에서 인간관계가 맘대로 되지 않을 때 이런 일을 꿈꾸지 않을까.

대학에서 강의를 한 지 얼마 안 지나 나도 비슷한 고민을 했다. “학생들에게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을까.” 내가 가르치는 PR 분야 자체가 효과적인 메시지 전달을 중요시하므로 이 고민은 항상 떠나지 않았다.

여러 해가 지난 지금 나는 여러 선배 학자의 연구 결과로부터 효과적인 메시지 전달에 대한 소중한 통찰을 얻었지만 수준 높은 기사를 쓰는 신문기자들에게도 많은 빚을 졌다는 생각이 든다.

잘 다듬어진 기사는 한 편의 작품이다. 때로는 정갈하고 때로는 매혹적이다. 우선 정갈한 기사는 군살 없는 보디빌더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국내 신문에 실리는 기사는 상당수가 이런 모습이다. 핵심적인 메시지를 빠르게 전달하는 데 특히 효과적이다.

매혹적인 기사는 독창적인 색깔을 갖는다. 예를 들어 독자의 시선을 받는 첫 문장에서 모든 내용을 말하기보다는 세 번째나 네 번째 문장까지 감추며 숨고르기를 한다. 그 대신 첫 문장에서는 질문을 던지거나, 시각적·감각적 표현을 사용하거나, 일반적인 통념과 상반되는 내용을 제시해 눈길을 끈다.

예전에 미국 신문 기사를 읽고 깜짝 놀랐던 적이 있다. 기사는 할머니에 대한 묘사에서 시작했다. 대학 앞에서 평생 바느질과 세탁을 하던 분의 얘기였다. 많은 이가 할머니가 세탁한 옷을 입고 졸업식에 갔지만 정작 할머니는 졸업식장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다.

이야기는 할머니가 평생 모은 돈을 대학에 기부하는 사연으로 이어진다. 그 장학금을 받는 학생 이야기, 여기에서 감동받아 함께 기부에 나선 다른 사람 이야기도 나온다. 마지막은 할머니 덕에 대학에 다니게 된 학생이 그 할머니를 자기 졸업식에 초청하고 싶다는 내용이다.

기사 자체가 흠잡을 데 없었다. 내가 특히 놀랐던 이유는 기사의 시작과 끝이 호응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중고교 때 시를 통해 배운 수미쌍관법을 이 기사에서 사용했는데, 이 부분이 진한 감동을 더하는 역할을 했다.

PR를 연구하면서 사람을 변화시키는 요인은 논쟁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사람들은 감동할 때, 그리고 자신이 인정받을 때 변한다. 감동을 주는 한 편의 기사를 내가 더 소중하게 느끼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