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장애인기능올림픽서 웹마스터 종목 金 곽민정 씨
2011년 서울장애인기능올림픽에서 한국대표팀의 첫 금메달을 따낸 곽민정 씨(왼쪽 사진)가 28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장애인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치는 사회적 기업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곽 씨(가운데)가 27일 대회에 출전한 모습.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제공
28일 대회장인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만난 곽 씨는 홈페이지를 관리하는 웹마스터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곽 씨는 정식 공부 대신 2000년 웹디자인 회사에 취업하며 몸으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익혔다. 그는 “고등학교에서 산업디자인을 공부했지만 취업할 수 있는 곳은 공장밖에 없었다”며 “어렵게 컴퓨터그래픽 분야에서 일자리를 찾아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곽 씨는 “단 한 번의 기회가 내 인생을 바꿨다”고도 했다. 직장생활 3년간 쌓은 컴퓨터 실력은 곽 씨의 인생을 바꾼 원동력이 됐다.
하지만 기능올림픽 금메달이 인생 자체를 바꿔주진 않는다는 것을 그는 이미 잘 알고 있다. 곽 씨의 남편인 이제명 씨(36) 역시 청각장애인이자 장애인 기능올림픽 메달리스트다. 이 씨는 2007년 일본 시즈오카(靜岡)에서 열린 7회 장애인기능올림픽에서 아내와 똑같이 웹마스터에서 은메달을 땄다. 아내에게 장애인기능올림픽에 출전할 것을 권유한 것도, 웹마스터 독학을 도와준 이도 남편이었다. 하지만 그는 현재 직업이 없다. 곽 씨는 “남편이 관공서와 기업 수십 곳의 웹마스터 일자리에 지원했지만 모두 받아주지 않았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청각장애인은 전화 업무가 불가능하다. 동료와의 소통을 통해 인터넷 홈페이지를 관리하고 개선해야 하는 웹마스터에겐 청각장애가 치명적인 결함이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측은 “기업마다 3%의 장애인 의무고용비율이 있지만 청각장애인에게 사무직 업무를 맡기는 곳은 거의 없으며 채용되더라도 금방 해고되곤 한다”고 말했다.
곽 씨는 장애인을 위한 컴퓨터 공부방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 어린 장애인에게 멘토가 되겠다는 꿈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도 가지고 있다. 그는 “고교 졸업 무렵 학교에서 나에게만 일자리를 알선해 주지 않았을 때 ‘왜 나를 이렇게 낳았느냐’며 부모님을 원망했다”며 “인생을 놓고 고민하는 스무 살 장애 청년들에게 내가 길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장애인 기능인 곽 씨가 우리 사회에 바라는 점은 무엇일까. 곽 씨는 일반인에게 생소한 ‘지화(指話)’가 교육 과정에 들어가길 원했다. 지화는 손가락을 이용해 한글 자모음을 표시하는 것으로 단어 모두를 익혀야 하는 수화(手話)에 비해 배우기 쉽다. 그는 “세상이 장애인에게 비장애인의 삶을 강요하는 만큼 짧은 순간이라도 장애인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